이제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상 속 사업 아이템과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유튜브를 통해 한 영상을 접하게 됐다.
썸네일부터 아주 자극적인 스브스뉴스의 영상이었는데, 덴마크의 푸드리퍼브와 이를 활용한 사업을 소개했다. '푸드리퍼브'는 시장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버려지는 음식(작은 흠집난 과일,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 등)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활동을 일컫는 용어이다.
못난이 과일로 음료나 잼을 만든다던지, 맛남의 광장이란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지역의 특산물 및 잉여 농산물로 휴게소 메뉴를 만들고 대형마트에 납품하여 소비를 촉진시킨 것이 '푸드리퍼브'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브스뉴스에서도 여러 활동이 소개되었는데, 특히 ‘바나나(BANANA)’라는 업체가 인상적이었다. 바나나는 한 마디로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인데, 그들이 활용하는 재료는 큰 의미를 갖는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바나나의 70%는 소비자와 만나보지도 못하고 유통과정에서 폐기 처분되고 있다. 그 이유는 갈변현상 때문이다. 바나나는 대표적인 후숙 과일(익혀 먹는 과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란색 껍질에 갈색 반점(슈가 스폿)이 생긴다. 이때 바나나가 제일 맛있는 타이밍이다. 하지만 노란색 바나나가 신선해 보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어렸을 때 갈색 바나나는 왜 그렇게 먹기 싫었는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마트에서도 샛노란 바나나가 메인 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갈색 반점이 생긴 바나나는 다른 매대로 옮겨지거나 대폭 할인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팔리지 않으면 전량 폐기 처분되는 것이다. 오늘날 바나나는 가장 맛있는 순간에 버려지고 있다. 바나나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일, 식품들이 그렇게 버려지고 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발생되며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도 야기시킨다.
덴마크의 'BANANA'는 지역의 대형마트와 협력하여 폐기 직전의 바나나를 수급하고 이를 아이스크림으로 가공하여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아! 저거다! 내가 찾던 아이템이다!’
스브스뉴스의 영상은 나의 오랜 고민을 해결해주는 하늘의 계시 같았다. 때마침 정부 및 여러 벤처캐피털에서 사회적 기업 공모전, 농식품 스타트업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덴마크 '바나나'의 아이디어를 지역사회와 연결하여 풀어나간다면 멋진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저 아이템을 추진하는 곳도 없는 것 같아서 더욱 빨리 추진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고로 지금이 퇴사하고 사업에 뛰어들 적기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미래의 나를 위해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결심하고 공모전과 지원사업에 필요한 사업계획서를 정신없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타임머신이 있어서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한번 더 고민해보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그때 상황이 힘든 건 알겠지만 조금 더 차분하게 생각해보고 선택하라고 말해줬을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나는 너무너무 마음이 급했다.
과거의 선택에 후회하진 않지만, 모든 일이 서두른다고 잘 풀리는 것은 아님을 깨달았다.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고 탈이 나듯이. 사업도 빨리빨리 한다고 결과물이 '뿅'하고 나오는 것은 아니더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속도에 치우치지 말고, 크게 호흡하고 내 속도에 맞춰서 업무를 추진하는 방식 그것이 꾸준히 그리고 길게 일하는 핵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