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에 도시재생이 필요한 이유와 그 가능성에 대하여
홍성에 내려와 살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됐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우리는 왜 도시가 아닌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물음을 갖게 됐습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나만의 답을 찾아가고자 [우리는 이렇게]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홍고통 : 홍성 고등학교로 통하는 골목’
홍성 고등학교가 홍성읍에 있던 시기, 수많은 학생들이 이 골목으로 통학을 했다. 점심시간이면 두발단속을 피하기 위한 학생들이 골목 미용실로 우르르 흩어졌고, 하교시간이면 오락실, 만화방, 분식집은 혈기왕성한 아이들로 바글바글 했다. 그러다 홍성 고등학교가 내포신도시로 이전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골목은 자연스레 잊혀졌다.
젤라부 매장 위치를 알아보러 다닐 때쯤, 홍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홍고통을 소개해줬다.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고 있는 골목, 이곳에 젤라부는 호기롭게 자리를 잡았다. 홍고통에서 젤라부의 첫 시작은 단순히 젤라또 가게를 연다는 것을 넘어 골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젤라부 이후 카페, 소극장 등 청년 창업점포가 하나둘 들어왔고 도시재생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마을축제, 팝업 레스토랑, 전시 등 골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됐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5년 전에 비해 많은 것이 변했고 새로운 가능성들이 꿈틀 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골목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젤라부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틈만 나면 도시재생지원센터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주제다. 혼자였다면 벌써 포기했을 일이지만, 함께 했기에 이만큼 올 수 있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어떤 이유에서 잊혀가던 골목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 그리고 홍고통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홍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 ‘박동진 센터장’을 만났다.
박동진 센터장은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해당분야에서 1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이다. 서울에서 살다가 아내의 인사발령과 첫 아이의 출산으로 홍성과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홍성에는 도시계획 관련 일자리가 전무했기에 본인 경력을 이어가기 마땅치 않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더 큰 의미를 뒀다.
“아내가 홍성으로 인사발령을 받고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첫 아이가 생겼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육아휴직을 하고 홍성으로 내려오게 됐죠. 커리어 측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마땅히 없었어요. 홍성에 대해 알아보다가 ‘홍동’, ‘풀무’, ‘유기농’ 키워드를 찾게 됐고 농사라도 시작해 볼까 하는 마음에 귀농귀촌센터에 방문했죠. 그곳에서 당시 준비 중이던 ‘홍성군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를 소개받고 지원했는데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도시와 마을, 다른 분야처럼 보여도 업무방식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오히려 현장에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활동하면서 본인의 업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도시계획은 컴퓨터 앞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백지상태에서 도시를 설계했기 때문에 지금의 것들은 간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홍성에서는 현장 근무가 많았는데, 다양한 공간마다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공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을 중심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9년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홍성군에서는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운영하던 홍성지역협력네트워크가 사업을 위탁받아 ‘홍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같은 법인에서 근무하던 ‘박동진 센터장’은 본인의 전문분야를 살려 자리를 옮기게 됐다.
“내포신도시가 있는데, 도시재생이 필요할까?
처음 홍성에서 도시재생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의문이 많았다. 의례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은 아닐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박동진 센터장은 ‘모든 도시는 나이가 들어간다’면서 내포신도시 일부가 아닌, 홍성 전체를 데이터적으로 검토했을 때 도시재생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인구감소, 산업감소, 건축물의 노후화 등 3가지 데이터로 도시의 침체도를 평가합니다. 홍성의 경우 내포신도시 덕분에 인구감소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딘 편이지만, 건축물의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죠. 그리고 신도시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되면서 기존 원도심의 침체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신도시 중심의 성장과 발전을 막을 수 없지만, 불균형적인 발전은 도시 슬럼화를 가속화하고 비용적 손실을 야기시킨다. 관리와 비용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지만 인간의 존엄과 기본 생활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도시재생이 필요한 부분이다.
“도시와 지방, 신도시와 원도심 모두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기본적인 정주여건을 만들어 주고 존중받는 삶의 형태를 제공하는 것이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인구유입도 고려해야 하죠. 단편적인 예로 노인인구 밀접 지역이라고 경로당만 부수기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놀이터도 함께 조성해야 합니다. 그 지역의 생존과 유지를 위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줘야 해요.”
기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화, 예술, 여가 활동을 공급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주거적,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 이 두 가지가 홍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주요 업무이자 목표인 셈이다. 박동진 센터장은 군청청사의 이전이 예정되어 있는 지금이 홍성군 도시재생에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원도심 중심에 있는 군청청사의 이전은 도시재생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군청을 중심으로 읍성복원, 홍성천 주차장 증설, 전통시장 활성화 등 여러 사업이 복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요. 이를 체계적으로 엮어주는 기본계획은 미흡한 것 같아요. 대도시의 경우 마스터플랜을 중심으로 도시의 미래를 관리하는데, 중소도시는 단체나 조직, 예산 등 제한적인 부분이 많죠. 쉽지 않고 어려운 일인걸 알지만, 그렇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2년 연속 개최된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 또한 지역(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진행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홍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콘텐츠와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홍성은 충남권 중심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신도시와 도청이 위치해 있고 대도시와 충남을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 확장 등 앞으로 다가오는 기회를 잘 이용해야겠죠.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처럼 성공적인 사례도 중요하지만, 홍성 주변 충남권역 사람들이 자주 그리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전략적인 콘텐츠도 논의될 때입니다. 충남권 사람들이 ‘주말에 어디 가볼까?’ 고민할 때 홍성이 3순위 안에 있다면 매우 성공적일 것 같네요.”
홍고통은 잊혀진 골목에서 가능성을 품은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이곳은 이제 꿈을 이루려는 청년들의 도전과 열정으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작은 골목에서 시작된 변화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홍성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홍고통에 찾아온 청년 창업가들의 꿈과 열정으로 피어난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돕는 것. 올해 도시재생지원센터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곳을 찾아주시는 여러분의 발걸음이 작은 골목, 더 나아가 홍성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은 불씨가 큰 불꽃이 되어 홍고통을 환하게 밝혀줄 그날이 빨리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1)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나만의 놀이터를 만드는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