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을 보고 스타트업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최근 영화 '인턴'이 흥행 중 입니다. 주위 동료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대표님을 보는 것 같다' , '스타트업 종사자로 공감가는 이야기가 많다'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주위 영화 평을 들으니 불과 1년 전 '#인턴'이라는 태그와 함께 스타트업에 뛰어든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사회경험이 없는 대학교 졸업반, 일을 배우는 모든 과정이 낯설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이기 보니 주위 가족과 친구들의 시선도 그리 탐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하며, 누구보다도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인 다역을 해내야 하는 스타트업 환경 때문에 때로는 리더의 위치에서 혹은 팔로어의 위치에서 주위 환경을 살피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영화 속 배경처럼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일인으로서 '인턴'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리더와 팔로어 그리고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직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체 필터링 부탁드립니다.)
영화 속에는 열정적인 CEO '줄스(엔 해서웨이)'와 70대 인턴 '벤(로버트 드 니로)'이 등장합니다. '줄스'는 22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1년 반 사이에 240명의 직원을 거느린 온라인 여성 의류 쇼핑몰 CEO입니다. 줄스의 회사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 때문에 시니어 인턴인 '벤'을 고용하면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 리더의 삶
줄스는 언제나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 워커홀릭입니다. 줄스의 하루 수면시간은 5시간 이하(7시간 수면하는 여성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38% 높죠.) 침대에서는 노트북으로 일하며, 달리는 차 안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그녀는 CEO로서 남들보다 치열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줄스는 너무 꼼꼼한 성격 탓에 작은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회사 홈페이지 텍스트 크기를 체크하고 때로는 회사에서 직접 물건을 주문해 배송상태까지 확인합니다. 디테일한 그녀의 성격과 서비스에 대한 철학은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너무 빨리 성장한 탓일까요. 늘어나는 직원 수에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은 부족해지고,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 많은 부분을 포기하게 됩니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줄스와 같은 경험을 간혹 겪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또는 좋은 아이디어로 큰 한방을 노리기 위해 비즈니스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나요. 돈을 써야 할 곳은 많고 직원이 하나 둘 생기면 조직을 관리 및 운영해야 하고 회사를 위해서 중대한 의사결정도 해야합니다. 업무에 하루 종일 파묻혀 있다보면 어느새 주위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이거나 인턴이거나 직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대표가 비전을 전달하거나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주위에 함께 할 사람이 없다면 그 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겁니다. '줄스'도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때문에 위기에 빠져있었죠. 이 때 '줄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은 사람이 70세 시니어 인턴 '벤'이었습니다.
◇ 리더를 보안해주는 팔로어
벤은 40년간 전화번호 책 회사에서 일하고 정년퇴직을 한 노신사입니다. 정년퇴직 이후 인생의 원동력을 찾다가 우연한 기회로 '줄스'의 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하게 됩니다. '70'이라는 나이는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힘든 숫자로 보이지만, 그가 가진 경험과 소통하는 능력은 그를 회사 내 최고의 직원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벤'은 나이가 많지만, 자기보다 한참 어린 직원들과도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직원들의 이야기 듣고, 상대방이 그 상황을 스스로 이해하고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스타트업에는 모두가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족에 아들이자 딸이며, 아내이자 남편이고 엄마와 아빠입니다.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보니 가끔은 가족보다 동료들을 더 자주 만납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고민을 나눕니다. 스타트업에서 서로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점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 될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스타트업에서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말도 안되는 복지정책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휘황차란한 것도 좋을 수 있겠지만, 직원들을 위한 가장 큰 복지는 서로가 이야기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일 것 같습니다.
◇ 회사를 만드는 것은 사람
스타트업에서 정신 없이 일하다 보니 1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주위에서는 대기업, 공기업 취업 준비로 정신 없을 때 저는 운 좋게 '모비데이즈'라는 회사에 합류했습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많은 도전이 뒤따릅니다. 입사 초기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고, 바쁜 업무 탓에 '워커홀릭'이라는 별명과 함께 친구들과는 조금씩 멀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들보다 돈을 조금 덜 벌고 많은 업무가 저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도 함께 할 수 없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고 매일이 새로운 배움의 연속입니다. 저의 1년을 뒤돌아 봤을 때, 앞으로 1년과 그 이후가 더욱 궁금합니다. 운 좋게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여러 경험을 하고 있지만, 누구나 그렇듯 부족한 부분도 아직 많이 있습니다. 아직 어리고 젊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남아있고 실수를 해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과정이 무모하고 별날 수 있지만, 제 안에 음악이 멈추지 않는 이상 끝까지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벤의 말을 마지막으로 영화 '인턴' 리뷰를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뮤지션한테 은퇴란 없어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엔 아직 음악이 남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