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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May 20. 2018

서울과는 다른 직장인생사

서울생활 30년,

시골생활 2개월 차

비슷한 듯 다른 직장생활에 대하여




농사는 잘 짓고 있냐?
농사로 먹고살 수 있냐?
힘들게 웬 고생이냐?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산다고 이야기하면

농사지으러 내려갔냐고

걱정하듯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나는

귀농이 아니라 귀촌을 했다.

귀농과 귀촌은 다른 개념이다.


* 귀농인: 직장인 > 농부로 전업한 사람
* 귀촌인: 농사 외 직업으로 지역에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


물론 취미로 주말마다 텃밭에 나가

농사를 짓고 있지만, 아직

나의 주된 일터는 컴퓨터 앞이다.


귀농이 아닌, 귀촌을 선택한 이유는

나 자신에게 아직 자신이 없었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아무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농사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직접 생활하면서 지역과 사람을 익히고

농사를 해볼 요령이었다.


그리고 농사는 아는 게 없더라도

스타트업에서 3~4년은 굴렀는데,

사무직은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마음가짐이 있었다.


"내려가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 하나쯤 있겠지?"

내심 일자리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 촌놈에게 

지역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잡코리아, 워크넷, 사람인 등등

취업 사이트를 뒤져도

일자리 수는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고,

가끔 괜찮은 회사의 정보를 클릭해보면

내 커리어와 상반되는 직무의 일이 많았다. 

연봉은 당연히 서울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대략 천만 원 정도 차이가 있었다.)


경력은 있었지만, 새로운 영역이었기에

취준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이력서를 제출하고 

서울에서 2시간 거리를 이동하며 면접을 봤다.


직장과 직무 그리고 연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서 빨리 서울을 탈출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한 달 만에 일자리를 구했다.

그렇게 서울을 떠난 지 2개월 차

나의 직장생활은 

서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출근시간 아침 9시

서울에 있던 직장보다 

1시간 빠른 출근시간이지만,

나의 아침은 여유롭다.


지역이라 대중교통이 부족한 탓에

자차로 출근을 하긴 하지만,

출근길 교통체증은 걱정하지 않는다.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회사 주변을 산책하거나 커피 한잔을 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외근을 나갈 때도 

차가 막힐 걱정은 없다.

오히려 주변에 산과 들을 보며 

드라이브하는 기분은 만끽한다.

시간이 남을 때면 전통시장에 들러

장보는 일도 종종 있다.


퇴근 무렵 갑작스러운 상사의 회식 호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를 제외한 직장 동료들은 

기혼자에 자녀들이 있는데,

모두 가정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저녁이 매우 보장된 삶을 살고 있다.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모든 게 낯설게 느껴졌던 곳이었지만,

하루하루 적응해나가다 보니

서울과 다른 이곳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있다.


직장생활 및 사람과의 관계는

서울이나 지역이나 

큰 차이는 없겠지만,

지금 내 앞에 보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갖는 여유와 만족도가 

더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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