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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범 May 18. 2018

제가 발가벗고 출근합니까?

Why 정장을 입어야 하는가?

대기업 4년...

스타트업 3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직장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구글의 이미지 '직장인' 검색만 해도 파이팅 포즈와 함께 정장 입은 젊은 남녀를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직장인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정장이 일상복이 되기 전 난 정장을 매우 입고 싶어 했다. 굳이 입고 나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도 정장을 입고 싶어 했다. 마치 정장을 입으면 나 스스로가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회사에 합격했을 때, 가장 먼저 정장과 구두를 샀다. 그리고 정장을 입고 전신 거울 앞에서 온갖 포즈를 취하며 허세를 부렸었다.

하지만 정장이 가장 꼴도 보기 싫은 옷이 되는 데 까지 불과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첫 회사의 복장 규정은 아래와 같았다.  

■ 복장 규정

-노타이 정장 또는 비즈니스 캐주얼

-상의 : 재킷, 드레스 셔츠, 남방

-하의 : 정장풍의 바지, 면바지

-신발: 구두


■ 안되는 것

-상의 : 모든 티셔츠, 민소매

-하의 : 청바지

-신발 : 운동화, 슬리퍼


캐주얼이면 캐주얼이지 비즈니스 캐주얼은 무엇일까? 정장풍의 바지는 무엇인가? 왜 청바지와 운동화는 안될까?(하지만 이 당시 개발직들은 복장이 매우 자유로웠다.)


내가 속해 있던 팀을 포함한 HR부분의 전 구성원들은 저 복장 규정에 매우 과도하게 따르고 있었다. 넥타이만 메지 않은 정장이었다. 정장의 색깔도 검은색, 회색, 곤색 중의 하나였다. 어느 누구도 밝은 색상을 입은 사람이 없었다. 이는 신입사원 연수부터 봐았던 장면이었다. '우리 조직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다.

'우리 조직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아'


정장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나는 곧 정장과 구두가 매우 불편한 옷이라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되었다. 우선 바지춤에 넣은 셔츠가 계속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주기적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줘야 한다. 그리고 스판 재질이라고 해도 정장은 그 한계가 있다. 자리에 앉으면 끼는 불편함이 있다.(또한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살이 찌며 복부가 팽창하게 된다. 이는 곧 정장 바지가 불편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특히 여름에 정장을 입고 출근하면 아침에 흐르는 땀을 식히기 바빴다.


어느 더운 여름날 나는 검은색 정장풍(?)의 바지가 입기 싫어 베이지색의 면바지를 입고 출근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너무 튀었나 보다. 한 과장님이 다가와


"바지 이쁘네~."
"네 감사합니다."
"혹시 박부장님이 뭐라 안 그러셔?"
"..."


이 짧은 대화 속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앞에 바지 이쁘네 라는 이야기는 밑밥일 뿐이었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00 부장님이 너 베이지색 바지 입는 거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 "다음부터는 조심해라" 였던 것이다.


또 다른 일화도 있었다.  한때  구두가 너무 불편하여 출퇴근 시간에만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을 한 적이 있었다. 출퇴근할 때 만이라도 운동화를 싫은 것은 일종의 작은 반항이자 소확행이었다. 퇴근시간이 되었고, 난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회사 정문을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야 너 운동화 신었어?"
"네, 출퇴근 시간 동안만 다리에게 휴식을 줄려고요."
"미쳤어? 이거 상무님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
".."


군대 이후로 미쳤어 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그의 눈에 나는 운동화를 신는 미친 직장인이었다. 그리고 상무님 눈밖에 날까 봐 나를 매우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 뒤로 난 그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다시 구두를 신을 수밖에 없었다.


사원인 내가 베이지색을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HR 내의 구성원 그 어느 누구도 회사 복장 규정에 왜 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정장을 입는다고 과연 회사 생활을 잘하는 것일까?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인가?

이미 아니라는 것은 우리들 스스로가 알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 교복을 누구나 똑같이 입지만 누구는 전교 1등하고 누구는 꼴등 한다.

이쯤에서 넷플릭스의 유명한 복장 규정이 생각이 난다.

<너무나도 쿨한 회사..직원들을 어른으로 대하고 있다>


우리는 성인이다. 근데 회사가 너무 우리를 애 취급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한 회사 내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왜 당연한 것인지 한 번쯤은 의문을 가져보기 바란다.



직장생활 프로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더 빡치고 시원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뵈요

http://www.podbbang.com/ch/8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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