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활 30년,
시골생활 3개월 차
비슷한 듯 다른 직장생활에 대하여
농촌으로 내려오기 전 3년~4년,
짧고 강렬했던 첫 사회생활에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1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
사람들에 치이고,
성장과 생존을 위해
업무들에 치이고...
때마침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가치가
팽배하게 퍼지고 있었는데,
나는 워라밸을 단순히 '쉼'으로 이해했다.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이 정도면 충분해,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
퇴근 후 방전된 상태로
집에 돌아오면
이불더미에 내 몸을 맡겼다.
반면,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생활을 시작하면서
여유로워질 내 모습을 생각하며
많은 것들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식사를 하고
식후엔 푸른 거리를 거닐며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지...
완벽하게
일과 삶이 균형을 맞춘 모습이었다.
도시를 떠난 지 3~4개월 차
나는 여전히 직장인이다.
단, 농촌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출퇴근 시간은 단 10분.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퇴근 후 나의 모습을
곰곰이 돌아보니
'서울의 나'와 '농촌의 나'가
큰 차이가 없음을 깨달았다.
오후 6시 퇴근 후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멍하게 티비를 보면
하루가 끝난다.
(가끔 산책을 나가기도 하지만...)
애초에 상상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나의 일상은
도시와 다를 게 없다.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 워라밸'을 외치고 있지만.
스스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환경이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소소한 나의 하루를 바라보며
워라밸의 중요성을 외쳤던
지난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