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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범 Jun 25. 2018

퇴사 할때의 자문자답

대기업 4년...

스타트업 3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2014년 12월 나의 첫 사회생활은 종지부를 찍었다.

4년 동안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기쁘고 보람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재미있고 행복하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퇴사도 매우 쉽게 진행되었다. 생각하기에 HR팀 내에서 가장 빨리 퇴사가 결정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퇴직 의사를 밝히고 당일날 퇴사 결정이 되었으니... 회사에서도 내가 오래 있는 것이 싫었나 보다. 


나는 입사하자마자 퇴사를 꿈꾸고 있었지만, 진지하게 고민한 시기는 입사 4년 차였을 때다.

기본적으로 여기에서의 조직생활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육사 출신의 팀장님과의 케미도 매우 맞지 않았다. 매일 부하직원에게 쓸데없는 농담이나 하는 할 일 없는 부장님처럼도 되고 싶지 않았다. 퇴사 고민을 할 때쯤 난 몇 가지 스스로 자문자답을 해봤다.


1. 너 지금 행복하니?

아니 전혀 행복하지 않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기 있으면 하루하루 죽어가는 느낌이야.


2. 앞으로 여기에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

전혀. 계속 있으면 적응해서 저분들처럼 저렇게 살겠지..


3. 퇴사 후에 뭐하려고?

계획이 꼭 필요한가? 그냥 나가서 이것저것 하면서 찾아보지 


4. 퇴사하고 뭐 먹고 살 건데?

뭐 한들 이 한 몸 먹고사는데 지장 있겠어? 알바라도 하면 되지 뭐


5. 부모님은?

글쎼 미안 하지만 내가 행복해야 부모님도 행복해하지 않을까? 나 회사 다니면서 스트레스받는다고

부모님께 화풀이한 적도 많은 거 같아.. 현재 지금은 서로 행복하지 않아


6. 앞으로 잘 살려면 지금이 중요하지 않아?

앞으로 잘 살기 위해 언제까지 지금 현재를 참고 희생해야 하지? 30대 잘 살고 40대가 되면 또 50대를 위해 40대를 잘 살아야 한다고 하겠지. 행복은 적금이 아닌 거 같아


수많은 자문자답을 한 결과 퇴사 결심이 확고해졌다. 내가 퇴사를 하는 과정은 다른 사람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매번 사회생활이 그런 거라고, 참아야 한다고, 요즘 먹고살기 힘들다고 할 것이 뻔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퇴사를 못할 것 같았다.


시원하게 퇴사를 하고 난 후 난 아래와 같이 원칙을 정했다.   


1.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자

2.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자(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3. 돈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지 말자 

4. 회사원을 하지 말자


(지금 와서 보면 3번은 매 순간순간 지키기 쉽지 않고,  4번은 이미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1,2번은 지금까지 나름대로 잘 지켜지는 것 같다.)


퇴사 후. 난 저기 4가지 원칙에 따라 정말 신나게 백수 생활을 즐겼다.

평일 오전 명동에 가서 아이쇼핑을 하고, 카페 가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며 여유로움을 즐겼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워보기 위해 탭댄스도 배우고, 듣고 싶은 무료 강의가 있으면 달려가서 듣고 배웠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오히려 직장인 때 보다 더 바빠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평소에 시간이 남으면 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해 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순식간의 8개월이 지나고 난 어느 자그마한 스타트업에서 기회를 얻게 된다.(4번의 결심이 깨지는 순간)


얼마 전부터 퇴사가 사회에 큰 키워드로 다가왔다. 그리고 퇴사에 관한 콘텐츠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전까지 퇴사가 직장인들에게 있어서는 꺼려지는 소재였지만 요새 그렇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퇴사와 관련돼서 너무 어렵게 혹은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거와 관련돼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내가 템플 스테이를 하면서 스님으로부터 들은 소리다.

"전 사람들이 템플 스테이 와서 뭔가 얻어가겠지. 뭔가 힐링이 되겠지 이런 기대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절은 예로부터 머물다 가는 곳이지 뭔가 주는 곳이 아니에요.. 그래서 기대를 하고 오신 분들이 실망하고 가는 게 안타까워요.

그래서 전 힐링이라는 단어가 너무 감성적이지 않나 생각해요."


퇴사도 마찬가지다. 퇴사를 감성적으로 보지 말자. 

퇴사는 퇴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뽐내기 위한 수단도 아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전제 아래 정신건강을 해쳐가면서 까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회사와 나와의 계약 종료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직장생활 프로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더 빡치고 시원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뵈요

www.podbbang.com/ch/8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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