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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범 Jul 12. 2018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휴가 사유는 무엇이라고 적으시나요?"

대기업 4년...

스타트업 3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OECD 국가 중 노동 시간 2위(가끔씩 1위)'

'월화수목금금금금금...'

한국 직장인들의 과도한 업무시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문구이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 없듯이

직장인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휴가가 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에 근거하여 보통 1년에 15일 정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휴가를 사용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이고, 막상 사용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휴가는 법에 의해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휴가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까?

우리가 휴가를 가는 과정을 한번 살펴보자.


1) 휴가 계획 --> 2) 상사 승인--> 3) 휴가 시작 --> 4) 휴가 복귀


보통 직장인이라면 위의 절차대로 휴가를 갈 수 있다. 하지만 저 간단히 보이는 저 절차 속에 많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1) 휴가 계획 (희)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휴가를 가게 된다. 간단하게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또는 피치 못할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름에는 최소 1주일 정도 여행을 가기 위해 휴가를 계획하기도 한다. 우리가 휴가 계획을 세울 때는 매우 즐겁다. 휴가를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만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솟아오른다. 휴가 떠나는 그 날을 위해 우리는 오늘 하루를 버틴다. 그리고 상사와 휴가기간이 겹치지 않게 치밀하게 기획하고 연구하기도 한다.


2) 상사 승인 (로)

휴가 계획을 수립하는 행복한 와중에 문득 불안함이 솟아오른다.

내가 원하는 날짜에 갈 수 있을까? 업무 때문에 휴가 취소되면 어떡하지? 휴가 사유에 뭐라고 적을까?

이러한 의문이 생기는 원인은 나의 휴가를 상사에게 승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승인의 절차는 매우 간단한다. 내가 휴가를 가겠다고 결제를 올리면 상사는 OK 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OK 에 대한 불안함이 항상 있다. 내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계획을 세웠지만 이 모든 것은 상사의 손가락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화나게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휴가가 취소되거나 승인 과정 중에 귀찮게 한다면(이를테면 누구랑 가느냐, 휴가 가서 뭐하냐, 왜 휴가를 가냐 등등) 이 또한 매우 화를 돋운다.


3) 휴가 시작 (락)

상사의 승인이 떨어지고 휴가 첫 날을 떠나는 우리들의 마음은 매우 즐겁다. 매우 행복하다. 이 맛에 직장 생활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계획했던 바를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여행뿐만 아니라 평소에 직장생활 때문에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본다. 휴가기간만큼은 사소한 것이라도 매우 즐겁다.  

직장생활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받았던 나쁜 감정들은 한순간에 잊어버린다. 사진도 찍고 개인 SNS에 업로드하며 '나 휴가 왔어요'를 자랑한다. 앞으로는 또 언제 휴가를 갈지 알 수가 없기에 우리 직장인들은 지금 있는 순간을 최대한 즐긴다. 가끔씩 업무적인 일로 전화와 톡이 울려서 순간 욱할 때 있지만 쿨하게 받아넘긴다. 그리고 내가 없는 사이에 고생한 동료들과 승인을 해준 상사를  생각하며 기념품도 산다. 


4) 휴가 복귀 후 출근 전날 (애)

휴가를 끝내고 출근하기 전날... 이건 우울증 증상과 똑같다. 한없이 슬프고 우울하다.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자들은 100일 휴가와 비교하기도 한다.  상사를 위해 산 기념품들을 보며 내가 왜 샀을까 자책해본다. 생각해 보면 기념품 사는 것도 적지 않게 시간과 돈이 들었다. 그 시간과 돈을 아껴 나의 휴가에 더 집중할 걸 그랬다.

내일 출근해서 상사의 얼굴을 볼 생각하니 불면증이 온다. 그래도 우리는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컴퓨터를 켜고 수백 개가 쌓인 이메일을 하나하나 확인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연평균 15일의 휴가 중 8일만 사용한다고 한다. 휴가 일수가 30일이 주어지고 이것을 전부 소진하는 프랑스와는 매우 대비되는 현상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휴가를 사용하지 못할까?




잡코리아 통계를 보면 첫 번째가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두 번째는 업무가 많아서 세 번째는 연차를 사용하지 않는 사내 분위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연차보상비를 받기 위해서 라고 되어 있다. 


아직까지 조직 내에 쉬는 것을 죄악시하고 못마땅해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화로 인해 휴가를 쓰기 꺼려하고 휴가를 써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오죽하면 휴가 가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동원하게 되는가! 

이렇게 휴가를 제대로 못쓰니 아예 못쓴 만큼 돈으로라도 돌려받자 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휴가를 돈으로 보상해주는 그나마 상식적인 회사에게나 해당되는 소리다.)

회사에서 나는 많은 상사들이 휴가를 일부러 안 쓰고 돈으로 돌려받아 비상금으로 충당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막상 휴가를 가도 할 것도 없고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그들의 볼멘소리에 매우 한심해 보였다. 하나 그들은 휴가를 사용하는 문화에 워낙 익숙지 않다 보니 저렇게 길들여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앞으로 계속 휴가에 대한 중요도와 관심도는 증가할 것이다. 현재 몇몇의 회사들은 휴가를 사용할 때 그 사유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휴가라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그 사유를 아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연차 사용 100% 휴가를 승인이 아닌 권리로 당당히 사용했으면 한다.



직장생활 프로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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