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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Aug 23. 2018

스며들다

서울생활 30년,
시골생활 6개월 차
비슷한 듯 다른 직장생활에 대하여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마주하면

제일 먼저 하는 걱정이 있다.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새로운 환경, 사람, 상황 등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연고지 없는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새로운 직장에 취업을 하고

모르던 분야의 업무를 배우고


한 순간에 내 주변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적응'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30년 넘게

내가 배우고 익혔던 도시생활은

현재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에서

적합하지 않았다.



새로운 곳에 출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옆에 있던 동료분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여기는 서울과 조금 다를 거예요.

일이 진행되는 게 느리고 답답할 수 있어요."


치열한 경쟁과 생존

매일 또는 매 순간 바쁘게 지냈던

나에게 이곳은 정반대의 환경이었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방식을

이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더 터무니없는 발상일 것이다.


오히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로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라'


직장생활을 하면서

농사모임에 참여했고

퇴근 후 또는 주말에는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다.


토마토, 고추, 가지, 옥수수,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심고, 수확을 하고


오히려 신경 쓰고 할 일은 많아졌지만,

조금씩 이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이야기도...


'가뭄은 언제 끝나는지'

'태풍에 농산물 피해는 없을지'

'농작물에 병은 안 들었는지'

'배추와 무는 언제 심을지' 등등


날씨에 대한 걱정이나

농작물에 대한 이야기로

안부인사를 묻는다.


이 작은 안부인사가

나에게는 큰 역할을 해주었다.


마을과 관련된 일을 해서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눌 때가 많은데,

농사는 상대방과 관계를 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르신들에게 종종

'농사는 그렇게 하면 못 써~'라는

핀잔도 듣지만,


낯선 이에게 보내는

경계의 눈빛은 풀어지고,

어느새 친손주처럼 옆에 앉혀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걱정했던 것들이

별 일이 아니었음을 느낀다.


지금껏 살아오던 방식과

정반대의 생활이 잠시

어색했던 것일 뿐


도시에 비해 조금은 느리지만,

이것도 이 나람의 멋이지 않을까 싶다.



서울생활 30년, 시골생활 6개월 차
비슷한 듯 다른 직장생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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