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의 의심, 그 다음의 확신

집사와 도마뱀, 숟가락으로 이어진 대화

by 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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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것도, 찡그리는 것도 없는 도마뱀의 얼굴.

하지만 그 작은 얼굴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알 수 있다.

표정 대신 눈빛과 움직임으로 마음을 전한다는 것을.

오늘도 숟가락을 앞에 두고 마뱀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한 발, 또 한 발.

그 속도는 마치 이 숟가락 끝이 새로운 세상인 듯, 경계와 호기심이 섞여 있다.

그리고 마침내 아주 작은 혀가 나와 한입을 확인한다.

“괜찮을까? 먹어도 될까?”

한입만으로도 신중함이 가득 담겨 있다.

그런데 한입이 지나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눈빛이 바뀌고, 몸짓이 달라진다.

아까의 망설임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숟가락을 자기 차지로 여기며 달려든다.

입은 쉬지 않고, 작은 손가락은 숟가락을 잡으려는 듯 뻗어온다.

순간 나는 집사가 아니라 숟가락을 들고 있는 도구가 된다.

마뱀이는 숟가락과 하나가 되었고, 나는 그저 옆에서 붙잡아주는 역할일 뿐이다.

사실 굼벵이는 그저 밥을 먹었을 뿐이다.

하지만 내겐 그 시간이 작은 교감으로 남는다.

경계심을 풀고 다가와 내 손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순간,

나는 이 조그마한 도마뱀과 한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묘한 기쁨을 느낀다.

굼벵이가 보여준 건 단순한 먹성이 아니다.

한입의 의심, 그리고 그다음의 확신.

삶의 많은 순간도 그렇지 않을까.

처음엔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마음에 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숟가락 위 작은 도마뱀은

오늘도 내게 삶의 태도를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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