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얼어붙은 나, 표현하지 못한 나
회의 시간, 혹은 면접 자리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향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이 들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평소라면 할 수 있었던 말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고,
단어들이 엉켜버린 듯 입이 열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길게 늘어지는 느낌,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끝이 차가워지면서, 내 안의 모든 소리가 멈춰버립니다.
그때의 침묵은 단순한 '생각의 공백'이 아니라,
두려움과 긴장이 동시에 쏟아져 들어온 순간입니다.
그 자리를 벗어나고 나서야 머릿속이 다시 맑아지고,
'그때 이렇게 말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험을
표현 불안(expression anxiety) 혹은
실행 불안(performance anxiety)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능력의 부족보다 평가받는 상황에서의
자기의식 과잉(self-consciousness) 때문입니다.
'틀리면 어쩌지',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리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뇌의 전두엽은 '사고'보다 '방어'를 우선시합니다.
즉, 말을 잘하는 회로보다,
실수를 피하려는 회로가 먼저 작동하는 것이지요.
결국 긴장으로 인해 언어 중추가 일시적으로 차단되고,
몸은 실제로 얼어붙은 듯 반응합니다.
이러한 순간에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의 저하가
핵심적으로 작용합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말을 잘 못 해'라는 믿음이 쌓일수록
실제 상황에서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그 불안이 또다시 침묵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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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기보다,
불안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스스로에게 속삭여 보세요.
"지금의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내 몸이 나를 보호하려는 반응이야."
표현이 막힐 때는 먼저
'말해야 한다'는 압박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생각의 속도를 늦추는 연습을 해보세요.
또한 상황을 되돌아볼 때는
'그때 못한 말'보다 '그때 버텼던 나'를 떠올려 주세요.
이런 작은 인정이 다음 순간의 자기효능감을 조금씩 회복시켜 줍니다.
말하지 못한 순간은 결코 능력의 부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이 얼마나 진지하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습니다.
불안은 나의 결함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침묵 속에 머물렀던 그 순간조차
나의 성장의 일부로 바라봐 주세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나를 탓하기보다,
그 침묵 속에서 느꼈던 긴장과 두려움이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려 했는지를 돌아볼 때,
표현은 다시 시작됩니다.
오늘의 멈춤은, 내가 더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의 한 장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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