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퀸 아빠와 릴리화이트 엄마, 이어진 생명의 계보
마뱀이를 데려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문득 궁금해졌다.
한 생명과 가족이 되는 일은
출발점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했기에
이 작은 생명이 어디서부터 왔을까. 부모는 누구일까.
괜히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 마음과 궁금증.
분양해주신 분께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이 아이의 부모 개체는 무엇인가요?"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버지는 할리퀸, 어머니는 릴리화이트란다.
사진까지 보내주셔서 어떻게 성장할지 상상도 되었고
마뱀이의 몸에 새겨진 무늬가 다시 보였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듯 화려한 패턴,
어머니에게서 이어받은 듯 은은한 하얀 빛.
그 둘이 겹쳐져 지금의 마뱀이가 된 것이다.
비록 작은 푸딩컵 속에서 처음 만났지만,
이 작은 몸 뒤에는
내가 만나지 못한 두 마리의 이야기가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생명이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언제나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 작은 도마뱀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된다.
마치 가계도를 알게 된 것처럼,
이제는 마뱀이가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안다.
그 순간, 단순히 분양받은 아이가 아니라
생명의 계보 속에 함께 들어온 듯한 묘한 뿌듯함이 찾아왔다.
그날 이후 나는 마뱀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단순한 한 마리가 아니라,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 내 곁에 온 생명.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깊이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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