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컵 속 작은 도마뱀, 함께 잘 지내보자
나는 예전부터 여러 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책임'이라는 단어 앞에서 늘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키우는 일이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영상을 보며 만족했다.
귀여운 반려동물들을 바라보며 "정말 예쁘다"
말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파충류 박람회에 가게 되었다.
화려한 색을 가진 파충류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내 눈길을 붙잡은 건 작고 얌전해 보이는 크레스티드 게코 한 마리였다.
하얗고 알록달록한 무늬를 가진,
아직 도춘기가 오지 않은 어린 릴리 화이트 수컷.
그 작은 몸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이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성체까지 잘 키워낼 수 있을까?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아이를 데려왔다.
수컷과 암컷의 차이조차 잘 알지 못하면서도 말이다.
푸딩컵 안, 몇 겹의 키친타올 위에 놓인 작은 몸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내 시선을 끌어당겼다.
나는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이 작은 생명에게 고요히 말을 걸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 옮겨주자마자 녀석은 쭈굴쭈굴해져 있었다.
긴 이동에 지쳤던 것일까.
너무나 작아서, 손끝으로조차 다치게 할까 두려워
고이 다루는 내 마음을 이 아이는 알았을까.
첫날부터 순탄치 않았다.
슈퍼푸드를 준비해도 잘 먹지 않았고, 코에 묻혀줘야 겨우 조금씩 삼켰다.
나는 초보 집사로서 진땀을 뺐고, 걱정도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저 충분한 적응 기간을 주었어야 했다.
나는 성급하게 먹이 주기와 핸들링을 동시에 시도하며
이 작은 생명에게 조급함을 강요했던 셈이다.
아마도 그때 굼벵이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을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처럼 나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발 가만히 두라고!"
검지손가락만큼 작던 그 아이는 거북이 같기도, 굼벵이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장난스레 '굼벵이'라 불렀다.
그런데 지금은 도춘기가 와서 밤마다 날아다니듯 뛰어다닌다.
오늘도 집 안은 우다다다다 소리로 가득하다.
그 소리는 아주 작지만 확실한 생명력의 증거이자,
나에게 찾아온 새로운 일상의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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