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발에 담긴 힘

섬세하지만 강력한, 크레의 다섯 손가락 이야기

by 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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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의 손발을 떠올리면,

대부분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왕도마뱀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크레를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면

그런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의 발은 다섯 손가락이 가지런히 달린,

작고 귀여운 손발이다.

멀리서 보면 사람의 손처럼 보이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면 발바닥 전체가 겹겹의 섬모로 뒤덮여 있다.

그 작은 발가락 패드는

마치 정교한 접착 스티커처럼 표면에 달라붙는다.


색감 또한 특별하다.

고동색과 노란색, 아이보리가 어우러진 트라이 컬러 무늬가

손끝까지 이어져 있어 그 작은 손발마저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은은한 조화.

작은 발 하나에도 부모에게서 이어받은 색채의 역사가 담겨 있다.


움직임에도 여러 얼굴이 있다.

다리를 쭉 뻗고 있을 때는

마치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존재인 듯

'봐, 내 다리도 제법 길지 않니?' 하고 자랑하는 것 같고,

꼬깃꼬깃 구부리고 있을 때는

'오늘은 그저 쭈굴쭈굴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드러나는 듯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파닥파닥 움직일 때는

그 속도에 손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쾌하다.


작지만 강력한 힘도 있다.

나에게 뛰어올라 납작 엎드리면,

그 발바닥 패드가 쫀쫀한 미끄럼 방지 스티커처럼 달라붙는다.

손끝으로 떼어내려 해도 쉽지 않을 만큼 단단히 고정된다.


그 힘은 단순히 매달리는 기술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진화해온

작은 생명의 지혜이자 의지처럼 느껴진다.


나는 종종 그 손발을 바라보다가, 사람의 손을 떠올린다.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붙잡고, 걸으며, 세상과 맞닿는 방식.

인간의 손이 삶을 만들어가듯,

작은 도마뱀의 손발도 그 생을 지탱하는 전부다.

그렇기에 그 손발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나에겐 고요하지만 힘 있는 언어처럼 다가온다.


작은 몸에서 뻗어나온 다섯 손가락.

그 안에 담긴 힘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그리고 그 힘을 곁에서 느낄 때마다,

나는 작은 생명에게도

얼마나 위대한 에너지가 깃들어 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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