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뱀이가 선택한 손길의 이유
살살 다루는 내 손길.
그렇지만 내 손에서는 언제나 도망가기 바쁜 마뱀이다.
애써 조심조심 손을 내밀어도
녀석은 금세 손등을 박차고 달려 올라간다.
팔을 타고, 어깨를 돌고, 정수리까지 올라가며
마치 나와 숨바꼭질을 하는 듯하다.
손끝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지만,
결국 남는 건 빈손과 허공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편의 손에 올라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하다.
꼼짝도 하지 않고,
마치 오래된 동료처럼 그 위에 태연히 머무른다.
눈빛마저 차분해져,
집사인 내가 괜히 소외된 기분이 들 정도다.
처음엔 서운했다.
'내가 얼마나 아껴주는데,
왜 내 손에선 가만히 있지 않는 거야?'
작은 존재에게조차 밀려난 듯한 감정은
웃기면서도 은근히 마음을 건드렸다.
하지만 곧 웃음이 났다.
어쩌면 마뱀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편과 비밀동맹을 맺은 게 아닐까.
나와는 도망 다니며 긴장감을 주고,
그와는 얌전히 머물며 안정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가끔은 내 손안에 얌전히 머물 때도 있다.
그때는 그저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순간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거리를 두고,
남편에게는 스스럼없이 기대는 편안함을 보여준다.
그 작은 태도 하나가 집 안에 특별한 균형을 만든다.
나에겐 움직임으로 활기를 선물하고,
그에겐 고요함으로 위안을 선물하는 듯하다.
언제나 내 편일 것만 같던 반려 도마뱀은
어쩌면 우리 둘 사이에서
자기만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은 발자국으로 이어진 그 다리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 살아간다.
우리들의 오묘한 삼각관계는 계속 현재 진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