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과 나, 소소한 동행

작은 동거 속에서 자라는 소박한 행복

by 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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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뱀과 집사의 멍때리기 대결.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작은 발자국 소리와 호기심 어린 눈빛,

그리고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들.

도마뱀과 함께하는 일상은 생각보다 소소하지만,

그 안에는 꽤 깊고 다정한 풍경이 담겨 있다.


피딩하는 날, 청소하는 날, 그리고 사육장을 떠나

마뱀이가 거실로 잠시 외출하는 날이면

우다다 점프를 끝내고 거실 테이블 위에 올라와

조용히 TV를 바라보는 마뱀의 모습은

이 집의 또 다른 식구가 맞는 것 같다.


때로는 멍때리기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거실 테이블 한가운데 묵묵히 자리를 차지한 마뱀.

혹은 사육장 안에서 묵묵히 앉아 있는 마뱀을 보며

나도 맞은편에 앉아 시선을 맞춘다.

누가 더 오래 멍하니 버틸 수 있을까,

은근한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늘 먼저 웃음을 터뜨리는 건 집사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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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에는 집사의 손에 올라와

책상 위까지 와서 자리를 잡는다.

책장을 펼치면 고개를 들어 글자를 응시하는데,

그 눈빛은 놀라울 만큼 집중되어 있다.

나는 그 모습이 우스워 속으로 중얼거린다.

"혹시 너, 글도 읽고 있는 거야?"


식사 시간이 되면 풍경은 또 달라진다.

투명한 아크릴 너머로 밥을 먹는 우리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마뱀.

그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젓가락을 멈추고 미소 짓게 된다.

"쟤 좀 봐, 왜 저렇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그럴 때면 도마뱀의 마음을 읽어보려는 상상을 한다.


이런 순간들이 하나씩 쌓여간다.

우리는 그저 도마뱀과 집사가 아니다.

하루를 함께 나누고, 멍때리고, 웃음을 나누는 사이.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작은 동거를 이어가는,

그런 소박하고 따뜻한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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