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의 숨숨집 찾기

숨바꼭질로 이어지는 작은 일상

by 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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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에게는 세상 모든 곳이 은신처다.

집에 있으면 어느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오늘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궁금해한다.

마뱀이를 찾는 일은 이제 집사의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눈만 가려지면 다 숨은 줄 아는 걸까?

잎사귀 사이에서 얼굴과 손만 빼꼼 내밀고 있기도 하고,

습식 은신처 안에서 얼굴만 살짝 드러내기도 한다.

버섯 군락 모양 구조물 위에 납작 엎드려 있는 날도 있고,

바닥에 깔린 키친타올 아래로 파고들어

굳이 배를 까고 뒤집힌 채 낮잠을 자기도 한다.


가끔은 거실로 외출을 나와

테이블 상판 옆면에 바짝 붙어 있거나,

달력 사이 좁은 틈새에 끼어 있으면서

스스로는 완벽하게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집사의 눈에는 다 보이는,

그 어설픈 숨바꼭질이 또 하나의 귀여움이 된다.


때로는 내 얼굴을 보면서도 전혀 겁내지 않고

"왜애~ 뭘 봐~" 하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 표정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대답을 건넨다.

"아니, 그냥...네가 너무 잘 숨어 있어서."


하지만 프라이빗을 중시하는 고급 도마뱀답게,

평소엔 숨숨집을 찾아 은둔 생활을 즐기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에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인다.

아무도 모르는 순간, 갑자기 사육장을 가로지르며

혼자 우다다를 펼친다.

작은 발소리가 토도독 울리고,

순식간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숨숨집 속 '나 없다~'하며 숨어있는 얌전한 모습이 무색하다.


나는 그 모든 장면을 다 지켜보지 못한다.

하지만 사육장 안의 흔적,

그리고 불시에 들려오는 발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이 아이는 오늘도 자기만의 놀이를 하고 있구나.


도마뱀을 찾아 헤매는 첩보원 집사의 하루와,

숨는 것조차 놀이로 만드는 도마뱀의 하루는

이렇게 귀엽게 이어진다.

숨는 순간조차, 우리 사이에서는

함께 사는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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