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다리의 비밀

작은 체구에 숨겨진 당당한 자랑

by 쉼결
롱다리 도마뱀.png


마뱀이는 늘 작은 몸집 때문에

하찮고 귀엽다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의외의 매력이 숨어 있다.

바로 길게 쭉 뻗으면 길어지는 다리다.


사육장 벽을 타고 오를 때면

그 길고 탄탄한 다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몸집에 비해 유난히 길어 보이는 다리는

마치 작은 모델이 런웨이를 걷는 듯 당당하다.


가만히 있을 때는 눈치채기 어렵지만,

한 번 점프를 할 때면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내 손바닥만 한 공간도 단숨에 뛰어넘는다.

착지할 때는 너무나도 걱정되긴 하지만 나만의 걱정일까.

부드럽게 착지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경이롭다.


그리고 종종, 그 다리들은 작은 무대가 된다.

체조 선수처럼 양다리를 쫙 벌려 구조물 위에 걸치고

균형을 잡은 채 한참을 버티기도 한다.

때로는 앞다리를 쭉 뻗어 자기 다리를 베개 삼아 눕고,

한쪽 다리만 쭉 펴 벽에 기대어 멍하니 있을 때도 있다.


그렇게 있으면 긴 다리를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은 세상 편안해 보인다.

구부리고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다리가,

쭉 펼쳐지는 순간 오히려 가장 여유롭고 자유롭게 빛난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저 작은 몸 안에 어떻게 저런 힘이 들어 있는 걸까.

짧고 둥글다고만 여겼던 마뱀이의 모습은

다리를 보는 순간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특히 밤이 되면 활력이 더 커진다.

어둠 속에서 길게 뻗은 다리를 의지해

벽을 오르고,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는 모습은

작은 탐험가의 모험.


그러고 나면,

"그래, 너는 단순히 귀여운 존재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스며든다.

마뱀이에게 길게 뻗은 다리는

세상을 탐험하는 날개 같은 존재다.


나에게는 그 다리가,

작은 몸을 지탱하는 강인함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오늘도 마뱀이는 다리를 쭉 뻗으며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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