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가 말하는 순간

낮에는 날카롭고, 밤에는 사랑스럽다

by 쉼결
크레스티드게코의 동공 변화 눈동자.png

마뱀이의 하루는

눈동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낮에는 눈이 가늘게 오므라든다.

햇빛을 피하듯 좁아진 동공은

졸음과 무심함이 섞인 얼굴을 만든다.

몸짓마저 느려져

앞다리 하나를 드는 데도 한참이 걸린다.

마치 로봇처럼 뚝뚝 끊긴 움직임이

답답하면서도 귀여워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밤이 오면,

눈동자가 크게 동그래진다.

커다란 눈은 호기심과 생기로 가득 차고,

낮의 무심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벽을 타고, 가지를 뛰어넘으며

세상이 자기 것인 양 활발히 움직인다.


작은 눈의 모양 하나에도 마음이 따라 흔들린다.

가늘어진 눈은 날카롭고 집중된 힘을 느끼게 하고,

동그란 눈은 귀엽고 따뜻한 기운을 전해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그 눈빛은

마치 거울처럼 내 감정까지 비춰주는 것 같다.


이렇게 눈동자가 달라질 때마다

마뱀이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한다.

한낮의 가늘어진 눈빛은 고요와 집중을 담고,

밤의 동그란 눈은 귀여움과 생기를 품는다.

하나의 눈 속에서

전혀 다른 두 매력이 교차한다는 게

언제 봐도 신비롭다.


낮에는 졸린 듯 눈을 가늘게 하고 기대어 있다가,

밤이 되면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다가온다.

그 작은 눈 속에서 나는

고요함과 생명력의 두 얼굴을 본다.

그리고 깨닫는다.

이 작은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나의 하루도 더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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