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무엇인가

[북] 매거진 G 1호 '나란 무엇인가'

by 심지
"앞으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될 것이다"

한 강연에서 들은 인상 깊은 말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지닌 최고의 탁월함은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앎이란 무엇인가. ‘알면 안다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모른다는 걸 알기에, 나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면, 결국 나의 욕망을 알 수 없고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질문을 던지는 매거진이 나왔다. 첫 호의 질문은 '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이고도 거대한 물음이다. 각 호마다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철학자, 심리학자, 천문학자, 통계학자, 건축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색깔로 '나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한다. 때론 한없이 심오하다가도 말랑말랑한 글과 텍스트, 디자인이 눈길을 단번에 잡아끈다. '나란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 어려운 기분에 때로 혼란스러웠던 나 자신만큼이나 그 해석도 너무나 다양해서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우리에겐 더 많은 부캐가 필요하다

'부캐'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유재석이다. 유재석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만들고 있는 그의 부캐 유니버스(지미유, 유팡)는 계속 확장해나간다. 본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로 짓기를 반복한다. 부캐는 일상적이 되어가는 듯 보인다. SNS만 들여다보아도 각종 취미생활, 직업, 육아생활 등 여러 분야로 계정을 나누어 사용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20세기 초는 신분제와 평생직업의 시대였다. 이 시기에 한 개인을 다른 개인과 구별하는 것은 '직업'이었다. 자아정체성을 고민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나'를 찾는 일은 단순했다. 이름을 직업에서 따온 것도 그래서일까. "애플의 최고 경영자 팀 쿡(Tim Cook)의 조상은 요리사(Cook)였을 것이고, 디자이너 폴스미스(Paul Smith)의 조상은 대장장이(Smith)였을 것이다."라는 사회학자 노명우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는 '천직'의 시대는 지나고 있으며, 우리는 때로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직업을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는 21세기에 살고 있으며, 그래서 현대의 자아는 유동적이고 표류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때로 경계를 세우고 무너뜨리며 변화하고 성장한다. 그 성장은 때로 위로 향할 수도 아래로 향할 수도 있다. 아래로 향하는 건 퇴행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또한 개인 내면의 뿌리를 깊게 하는 과정일 수 있다. 상처에도 쉽게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인 '회복탄력성', 회복을 위한 에너지를 계속 비축해두는 '내적 자원'을 잘 갖출 일이다. "내 성장의 비밀은 비난에 대처하는 용기"라고 말하는 정여울 작가의 글은 힘이 된다.


단단한 자기 이미지, 자아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대단하다 생각될 때가 있었다. '내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라고 느껴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너 답지 않아'라는 말에 흔들리지 말라,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 어떤 나를 세상에 먼저 보여줄지 설레는 마음을 가져라"라고 말하는 전승환 작가의 말은 자존감을 높여준다. '나란 무엇인가'를 알고 '나를 찾자'라고 다짐하며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오히려 '나'라는 존재는 변화하는 게 당연하고, 그래서 혼란스럽게 느껴졌던 것 또한 맞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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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대답해드리고 싶다. "상처 받는 것은 나약함의 표현이 아닙니다. 존재의 필연적 조건입니다. 우리는 상처 받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상처 입습니다. 고로 존재합니다." 우리가 상처 입었다면, 그것은 가장 강력한 '살아있음'의 증명이기도 하다. 우리가 매일 상처 입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p.232

| 조개의 껍질에도 나무처럼 나이테가 있다고 한다. 시린 겨울을 이겨낸 조개일수록 그 줄무늬는 촘촘하고 뚜렷하다.


동양철학에서는 원래 나의 모습을'물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해요. 물이 얼음이 되면, 다양한 얼음 결정체가 됩니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그러다 얼음이 녹으면 다시 물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죠. 이렇게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는 본래 나의 모습인 '물의 상태'를 느끼는 감정이 고요함이에요. 그런데 살면서 고요한 감정을 느끼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이 얼음의 결정체가 '나'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그 작은 결정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고통스러워하게 돼요. 나는 모든 얼음의 결정체가 될 수 있는 물이기 때문에, 계절이 변하듯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때마다 우리는 얼음 결정체인 나와 이별하고 새로운 얼음 결정체인 나와 만나야 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연결되는 특징이 있어서, 우리는 과거 속에서 살아가기 쉬워요. 이것을 심리학에서 '자동적 연합'이라고 불러요. 어제의 하루는 이미 끝났는데 내 마음속에는 어제 있었던 일의 기억, 어제 느꼈던 감정, 어제 했던 생각들이 남아 있어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때 지금까지 삶의 방식이 잘 사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집중명상은 이런 마음의 특징에 기반을 두어,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심리적 능력을 계발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p. 244

| '나는 뿌리내리지만 흐른다'. 과거의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지만, '나'는 변화하고 흐르는 존재임을 잊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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