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남들 다하는 골프채 한번 잡아본 적도 없다. 지금까지 마지못해 산 것도 아닌데 뒤돌아보니 뭐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취미랄 것도 없다. 기타를 배운다고 사놓고 몇 번 만져나 봤던가 쳐박아둔 지 10년은 된 거 같다. 헬스는 끊어놓고 몇 번 깨작대다가 버려두고 온 운동화만 몇 켤레다.
누군가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그럴 때마다 "똭~(김준현처럼 손으로 한잔 꺾는 시늉만)"
그냥 "즐겨 마십니다만..."그게 전부였다.
그랬던 내가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글을 쓸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안 해봤었다. 국문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작가지망생도 아니었다. 책을 가까이하지도 않았었다. 주위에서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아직은 쓴 글도 얼마 되지 않아 어디 가서 글 쓴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가끔 글을 쓴다고 하면
"소싯적에 글짓기상 좀 받고 그랬나 봐요?"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은 어쩌다 있고
"뭐? 네가 글도 쓴다고? 뭐 잘못 먹었냐?" 가끔 친구 녀석의 반응은 이렇고
"뭔 개소리야 술이나 먹어." 나머지 대부분은 이렇다.
어려서 글짓기상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고 관심도 없었다. 어렸을 때는 독후감 숙제하나에도 쩔쩔매곤 했었던 거 같다. 책도 멀리했고 가끔 만화책이나 휙휙 보던 정도...
유일하게 글로 인정받았던 것을 찾아보라면 온갖 일화를 뒤져보니 대학교 1학년 2학기때가 생각난다.(그러고 보면 참 더럽게 없나 보다...)
가끔 땡땡이치고 낮술이나 먹으러 다니던 때.(그러고 보니 이때부터시작인가... 알코올중독자는 아님)
술 먹다가 수강신청도 깜빡... 다른 교양과목은 꽉 차서 어찌하다 보니 국문학과 수업을 듣게 되었다. 교수님은 첫날부터 리포트를 내심...
"중간에 패러디에 대해서도 언급되었어요. '패러디'는 숙제 내려고 했었는데. 얘 때문에 생각났으니깐 다음 주까지 리포트 써오세요."
"아놔... 주위에서 너 때문이라는 야유도... 돌 맞을 뻔... 제대로찍혔다... 다음 주도 또 발표시킴..."
어쨌든 난생처음으로 글을 써서 인정받은 건 이때가 유일한 일화였던 것 같다. 'A뿔'이라는 성적을 얻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기도 한다는...
그 외에는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음...
어쨌든...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맨땅에 헤딩을 수차례 하다가 퍼스널브랜딩을 위해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되었을 때부터였다. 정확히 작년 이맘때쯤부터 무작정 책을 쓰기 시작했다.(자료는 이전부터 틈틈이 준비함)
내가 하고 있는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머리를 쥐어짜며 시작했다. 다행히도 머리숱이 많았던지라 머리털은 빠져도 표가 나지 않았다. 머리털 색깔은 반백발로 점점 변하는데 이건 머리를 써서 그런 거보다는 유전적인 영향인 거 같다... 패스...
벤치마킹을 위해 안 보던 책도 보고 구성도 보고 도서관도 다니고 서점도 다니고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노트북만 두들기면서 생각하다 보니 눈이 퀭해지는 날의 연속이었다.(다크서클 어쩔...) 어쩌면 이때부터 불면증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종이책을 목표로 했으나 종이책은 이러다가 몇 년이 넘게 걸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급 전자책으로 변경하여 두 권으로 나눠 출판하였고, 이를 계기로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어언 4개월째다.
무슨 글을 써야 될지 고민하다가 감수성을 좀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막연하게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덧 100편이 되었다. 조금은 의무감에 써온 것도 있고 심심해서 써왔던 거 같기도 하고 취미를 붙여보려고 했던 것도 같다.앞으로는 다른 글 좀 써봐야겠다. 못다 쓴 소설과 에세이도...
아직은 남들 앞에서 글을 쓴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워 잘 얘기하지 않는다. 글도 많지 않을뿐더러 아직 풋내기 같은 애송이의 글솜씨로 누군가에게 공감이 될만한 글을 써놓은 것도 없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을 더 만들어 놓은 다음에나 자신 있게 글을 쓴다고 얘기하고 싶다.
아직은 나를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정도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