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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Mar 26. 2024

일생일대 위기

여기까지인가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인물,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전지적 심중위 시점'

'심중위 관점에서 바라보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



일생일대 위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눈이 떠지고 사지가 멀쩡한걸 보니 다행이었다. (독백) "아, 뒤통수"


기억을 더듬어보니 누군가가 내 머리를 무언가로 내려친 게 생각이 났다. 잠시 기절을 했던 모양이다. 격투기 할 때에도 이렇게 맞아본 적은 없는데, 뒷골이 긴다는 게 바로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어쩐지 너무 쉽게 풀린다 싶었다.


옆에 보니 태섭이가 누워있다. 다행히도 숨을 쉬는 거 보니 죽지는 않았나 보다. 자는 건지 기절한 건지 괜히 미안하기만 하다. 비에 젖은 채로 거지꼴이 되어있었다.


백: "야야, 태섭아 태섭아? 정신 차려봐. 일어나"(싸다구 이쪽저쪽)


그제야 태섭이가 반응한다.

태: "에에~ 에취~"(벌떡 일어나 앉으며)

백: "야야, 괜찮냐? 어디 안 다쳤지?"

태: "저는 멀쩡하지 말입니다. 아 추워. 중대장님은 괜찮으십니까??"

백: "형이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둘러보니 우리는 골방 같은 곳에 갇혀있었다. 무슨 감옥도 아니고 눈높이 부분은 철창으로 되어 밖이 내다 보였다. 어두컴컴한 거 보니 아직 밤인가 보다.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도무지 열리지 않았다. 몸을 날려 부딪혀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백:"아크 아파라.


여기저기 새벽닭이 울어댔다. 다행히도 시간이 많이 흐르진 않았나 보다. 이 감옥 같은 골방에서 하룻밤을 잤나 보다. 어느덧 날이 서서히 밝아온다. 일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기를 탈출해야만 한다. 위에 창문 하나가 있는데 머리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매우 작았다. 아무리 봐도 나갈 곳이라곤 이 철문 밖에 없어 보인다.  


백: "아 옘병!! 욕 나오네. 어쩌지?"

태: "천천히 생각해 보지 말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백: "야, 카메라는??"

태: "아! "


태섭이가 바지 주머니 속을 뒤적뒤적하더니 무언가를 꺼내 놓는다. 카메라는 없었지만 태섭이의 손바닥에는 카메라의 SD카드가 놓여 있었다.


백: "아~ 대박!!"

태: "헤헤. 그래도 이건 건졌지 말입니다."

백: "너 이 자식~ 일루 와봐."(뽀뽀)

태: "아 징그럽지 말입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던 내가 둔기에 맞아 쓰러질 때, 튕겨 나오던 SD카드를 태섭이가 본능적으로 잡아챘다고 한다. 주머니에 넣고서는 그다음에 태섭이가 정신을 잃었나 보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거라도 건진 건 우리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고,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내 주머니에는 녹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백: "태섭아. 진짜 너밖에 없다. 최고다 최고."

태: "헤헤. 저 없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히히."

백: "여기서 나가면 내가 포상휴가 준다."

태: "오~ 진짭니까? 전진!!"




태섭이와 나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탈출할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때 터벅터벅 누군가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 발자국 소리의 주인은 바로 한계장이었다. 갑자기 머리털이 쭈뼛쭈뼛 섰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발소리는 더욱더 크게 들렸다. 문 앞에 도착하자 발소리는 멈췄다. 고개를 숙여 안에 있는 나를 들여다본다.


한: "아이고~ 우리 중대장님 일찍 일어나셨네~"

백: "확~ 이런 개새끼! 나가면 넌 가만 안 둬"(째려보며)


나는 발로 한계장 얼굴이 보이는 철창을 세게 걷어찼다. 운동화에 붙어 있던 흙이 한계장 얼굴에 튀었다. 이내 표정이 굳어지며 손으로 얼굴을 쓱 닦아 털어냈다.


한:"내가 중대장 중대장 해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네?"

백:"뭐? 이쒸 아오~"(부글부글)

한:"어린 노무자식. 죽고 싶어 아주 환장을 하셨구먼."

한:"야 야!! 거기 아무도 없냐?"(큰소리로)


여자 한 명이 뛰어 오며 설설 긴다.

한:"이 새끼들 먹으라고 제사상 좀 차려주고."

여:"예??예예.."(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내일 황중사 옆자리로 보내고 해."

여:"예?? 예예.."

한:"하하하. 감히 어딜 제까짓 것들이. 내 앞길 막으면 다 디져."


다시 고개를 숙여 나를 보며 지껄인다.

한:"아니 줄을 잘 서야지. 아주 오냐오냐해 주었더니만."

한:"북한 여자들이 돈 좀되더라고. 하하하."

한:"그럼 중대장님~ 다음 생에 보드라고. 하하하."

한:"아 참! 황중사 만나면 안부 좀 전해주고. 아! 그리고 최후의 만찬 맛있게 드시고? 하하하."


한계장은 반쯤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며 자리를 떠났다. 역시나 황중사의 죽음도 한계장 놈의 짓이다. 나는 주머니 속에 키워둔 녹취기를 껐다. 이제는 사진에 생생한 라이브의 녹취까지 손에 넣었다. 여기서 무조건 나가야 한다.


갑자기 여자가 말을 건낸다.

여"저기.. 중대장님."


왠지 안면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드디어 생각났다.


백:"아. 그때 그 돈가방! 맞지요??"

백:"그때 도와달라고 했던??"

여:"예. 맞슴다..."(북한 말투)

백:"저좀 꺼내줘요. 네??"


그 여자는 한계장이 이 집에 처음 나를 초대했을 때, 내 옆자리에서 술을 따르던 여자였던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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