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일자 경향신문 '단도직입')
경향신문 최민영 논설위원으로부터 인터뷰를 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로부터 돈을 받은 기자들 일로 시끄러운 터라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나는 그 사건이 큰일이기도 하고 많은 전현직 기자들에게 충격과 의아함을 동시에 준 것이기는 하지만 그 일로 언론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고, 따라서 그런 방향으로는 인터뷰가 곤란하다고 했다. 최 위원도 동의했다. 그래서 인터뷰 방향이 정파성 문제로 잡혔다.
항상 입만 열만 정파성 얘기를 한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얘기를 해도 별 반응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냥 바보 같지만 계속 같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환경은 무슨 보도를 하면 바로 반응이 측정된다.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일반 소비재를 만들어 파는 비즈니스에서는 그렇다. 소비자들은 오로지 효용성과 가격 등을 바탕으로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그렇지 않다. 분명한 목표를 향한 전략적 행위인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그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를 기준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기준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지금 언론 소비자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특정한 정치 진영의 시선으로 언론을 바라보는, 사실상의 정치 행위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선택을 경영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는 언론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정치적으로 각성된 소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그럼 더욱 그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어차피 일정 규모의 독자만 확보하면 생존이 가능한 작은 매체들은 아예 생존 전략이 그렇게 짜여진다. 그럼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낼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독자를 두려워해야 하지만 눈치를 보지 말고 때로는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각성된 독자에게 도전할 수도 있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이 다 인터뷰에 있는 건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는 최 위원과 문답을 두 시간 정도 하면서 나도 생각이 좀 더 정리되는 느낌도 들었다. 혹시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라고 링크 공유한다.
https://www.khan.co.kr/people/people-general/article/20230131204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