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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해법은 무엇일까?

강준만 교수의 <신동아> 기고문을 읽고

강준만 교수께서 꾸준히 우리 언론계의 핵심 화두인 정파성,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귀담아들을 내용들이다. 원래 언론은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을 하는 존재인 만큼 자신을 향한 지적에는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성찰해야 한다. 언론이 밖을 향한 입만 크고 듣는 귀와 생각하는 머리가 작아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강 교수께서 지적한 내용들은 하나같이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대목들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자기를 객관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온갖 다양한 사람이 모인 ‘언론’이라는 집합체가 그런 일을 하기는 더 어렵긴 하다)     


최근에 벌어진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로부터 언론인들이 돈을 받은 문제를 갖고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지만 나는 그보다 훨씬 큰 문제가 이 정파성, 편향성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받은 것은 누구나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또 반성하고 있지만 정파성, 편향성은 어느 누구도 쉽게 인정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아예 존재 자체를 부정하니 반성할 수가 없다. 정파성, 편향성이 아니라 오히려 정의를 실천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께서 지적했듯, 상당한 정도의 내재화, 신념화가 이미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언론인이 깊은 마음 속으로는 이런 지적에 어느 정도씩은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런 지적을 받는 사람들의 상당수도 그런 점을 적어도 인식하고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 정도의 인식 능력도 없이 기자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다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또 어떤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지금과 같은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언젠가는 이런 문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이해와 기대를 헛된 꿈이라고 얘기하지만, 내가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상황의 출발점이 선의였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께서도 그런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글을 계속 쓰고 있지 않을까 싶다. 글의 타이틀이 의미하는 바도 같다고 본다.     


이번에 신동아에 쓰신 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강 교수께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역사적 맥락을 언급한 부분이다. 글의 마지막 몇 단락이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과거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 닿아 있는 많은 분들이 그래도 민주당 쪽에 더 많이 있다. 이제는 거의 사회 정의와 공정성 담론에 걸림돌처럼 비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반대쪽을 보면 더 답답한 형국인 것도 분명하다.      


현재의 MBC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 중에는 불과 5, 6년 전까지 MBC에서 황당한 일을 벌였던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그들이 중심이 된 단체까지 만들었다. 지금의 MBC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려면 그들의 문제부터 정리하는 게 맞지 않을까. 민주당에 과거 5년 집권 동안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은 것을 반성하라고 요구하면서 자기들은 과거 노골적으로 방송을 장악했던 사람들이 아무 반성 없이 전면에 나선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러니 지금 국민의힘이 MBC의 편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공영방송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처럼 비쳐서는 지금의 정파적 언론 상황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누구도 설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언론노조에 대해서는 정말 그야말로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지. 언론노조가 이동재 기자 등에 대한 고발에 동참한 것이나 TBS의 김어준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에 충분한 지적을 하지 못했던 측면은 충분히 정파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언론노조는 매우 다양한 언론 종사자를 포괄하고 있는 곳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양한 사람들이 소속돼 있다. 그 중에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도 있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사람도 있다. 더구나 지도부도 항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도 끊임없이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을 한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에 단호하게 반대한 것이나,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임기 내내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민주당을 끊임없이 비판한 것도 언론노조다.      

이 지점에서 강준만 교수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다. (강 교수께서 이 글을 읽을 가능성은 별로 없으니 실은 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드리는 질문이다) 현재 민주당이 만든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안에 대한 지적에는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지금의 그 법안에 대해 보수적인 언론학자로 널리 알려진 서울대 윤석민 교수까지 최근 이 문제를 다룬 토론회에서 “(개정안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대찬성이다. 반대할 이유 전혀 없다. (정치권이) 7대 4로, 6대 3으로 나눠 먹는 방식에서 다원화시킨다는데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 반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윤 교수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숫자 계산을 한 느낌이 솔직히 든다는 지적은 했다. 나도 그 점은 동의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더 나은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어떤 현실적인 대안도 나름의 한계를 갖기는 마련이다. 민주당이 마련한 법안에는 노조의 추천권이 빠졌다. 노조의 추천권이 빠진 것을 언론노조가 동의해준 것에 대한 내부 반발은 없었을까? 언론 현업인 단체들이 추천을 하는 것도 편향성이 의심된다고 반대한다면, 아예 현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배제해야 한다는 것일까? 종사자들의 의견을 통째로 배제하자면 그것은 또 얼마나 정당성을 가질까? 민주당이 제안한 법안의 문제를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답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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