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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 개혁론

<경향신문> 이준웅 교수 칼럼을 읽고

새해 첫날 <경향신문> 지면에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을 개혁하자”는 글이 실렸다. ‘모욕’은 물론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로 바꾸자는 것이다. 공직자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 범위를 넓게 인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모두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다. 미국처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아예 불법행위에서 제외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더라도 공직자 등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면책 범위를 좀 체계화하고 확대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진전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금 목도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검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는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면책 범위를 구체화하고 확대할 경우 선거를 전후해서 특히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언론에 대한 무차별적인 소송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언론에 대한 압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정치인이나 정당 등이 무더기 소송을 내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되돌아볼 일이 있다. 지난 정부 때,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고발장을 냈던 일이다. 그의 취재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윤리적 문제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그의 행동이 과연 6개월 가까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을 일이었는지는 고발을 한 사람들의 성찰이 필요하다. 막강한 검찰이 굳이 채널A 기자를 이용해 수감 중인 사람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 제보를 강요한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것이었나?      


그가 수감 중인 사람에게 가족의 안위 등을 거론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 부적절했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언론시민단체 등이 고발을 한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인들에 대한 강제 수사를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 당시 이동재 기자 구속에 박수를 친 분들이 있다면 혹시 자신의 기준이 이중적인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내 편을 들지 않는 언론은 압수수색이든 뭐든 수사를 받아도 마땅하고, 네 편을 비판하는 언론은 어떤 보도를 해도 수사까지 하는 건 과하다는 식의 반응은 곤란하다. 이준웅 교수도 이 칼럼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식의 수사는 과하다는 것이다. 당시 보도가 문제였으므로 이를 상대로 권력을 동원해 무슨 강제 조치를 해도 상관없다는 분들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123119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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