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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Mar 10. 2021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문장은?

셀프인터뷰 09_삶이 곧 예술이다!

아래의 글은 '컨셉진 스쿨'의 <당신의 지금>이라는 3월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받게 된 일간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향후 프로젝트에 성공할 경우 수령하게 될 인쇄용 제본에만 글이 실리는 것이 아쉬워서 브런치에도 매일 연재를 합니다.

- 질문 하나당 답변의 길이는 공백 포함 최대 950자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글자수의 압박으로 인해, 브런치에는 수정하지 않은 초고 그대로를 올립니다.




9. 지금까지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마디 혹은 한 문장은 무엇인가요?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문장은 바로 ‘삶이 곧 예술이다.’입니다. 이 문장은 사실 다른 누군가가 제게 한 말은 아닙니다. 이십대 후반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면서 스스로 깨달은 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전 어려서부터 예술이 하고 싶었습니다. 막연하게 ‘예술가’가 되는 것을 꿈꾸고 동경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서예과를 진학했고, 대학시절 내내 순수예술을 전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도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의 현실은 녹녹치 않았습니다. 프리랜서 강사생활을 거쳐 스스로 선택한 기획자로서의 일과 삶, 분명 자발적 선택이었음에도 이십대 후반의 제 삶은 칠흑같이 어두웠습니다.


일에 파묻혀 살던 일상, 순수예술을 창작하는 예술가로서의 삶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음을 몸소 체감할수록 괴로움은 깊어만 갔습니다. 지표하나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을 헤매는 것 같았고, 망망대해에서 뗏목하나에 의지한 채 표류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예술가도 아니고 기획자도 아닌, 어중간하게 양쪽에 발만 슬쩍 담그고 있는 듯 한 모습을 한 제 자신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나날이 길어지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왜? 내 인생은 아직 남은 날이 훨씬 더 많은데, 왜 이렇게 조급하게 스스로를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거지?’라고 말입니다. 그리곤 다시 생각했습니다. ‘나 자체가 하나의 창조물이라면, 내가 남긴 모든 것이 또 다른 창조적 산물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하나의 예술적 행위에 집착하기 보다는 삶의 전 과정을 예술창작의 과정처럼 살면 되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떠오른 한 문장이 바로 ‘삶이 곧 예술이다.’입니다. 스물여덟, 스스로의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온몸이 달아오르고 항상 상기된 얼굴로 일상을 살아내던 그 때.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얻은 결론이었으며, 이후 제 삶 전체를 이끄는 하나의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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