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인터뷰 08_내 일만 잘하는 게으른 헛똑똑이
8.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가장 자신 없는 것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질문을 받자마자 문득 엄마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귀에 못이 박히게 말했습니다. “넌 네 일만 잘해.”라고요.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것 또는 현재 하는 일 이외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영 맹탕이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끔 엄마의 말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일을 아주 만족스럽게 해냈을 때, 혹은 저와는 서먹한 일들과 마주했을 때 멍청해지는 자신을 보며 ‘아, 정말 난 내 일만 잘하는구나.’라는 말을 되새기곤 하거든요.
엄마도 동의하고 스스로도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림, 서예, 글쓰기, 기획, 공간 꾸미기, 요리 -여기서 일부는 지금은 잘하지 못하는 것도 있네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질문해봅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해온 일인 ‘기획’이 아닐까 싶습니다. 6번째 질문에서 최근에 90년대생 기획자들을 보며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했다고 언급했지만, 그래도 지금 현재 가장 잘하고 빛나는 제 능력은 ‘기획력’이 아닐까 합니다. 나름 꾀나 창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가장 자신이 없는 것 역시 엄마의 말을 빌려봅니다. 사실 엄마의 말은 칭찬보다는 꾸중에 가까웠습니다. 온통 제 일만 집중해서 잘 해내려고 하다 보니, 그 외의 것들은 대체로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설거지, 청소, 빨래, 정리정돈 등이 대표적입니다. 막상 하면 못하는 편은 아닌데, 일단 하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 깁니다. 정말이지 쌓아둘 수 있을 때까지 쌓아두다가, 미뤄둘 수 있을 때까지 미뤄두다가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제게 ‘게으른 헛똑똑’이라는 말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니라고 부정하기 일쑤였지만, 여전히 그 버릇을 못 고치긴 했네요. 지금도 사무실은 너저분하며, 집엔 설거지와 빨래가 쌓여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