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ture Oct 23. 2019

[남자의요가] 어쩌다, 요가

시작은 스트레스

어쩌다, 요가까지 왔는지 생각해 봤다. 회사 인간으로 살다 보니 스트레스는 필수였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중요했다. 스트레스 조절을 위해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한 독서모임. 평소 혼자 읽고 끝내던 책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공감하며 나누는 일이 즐거웠다. 그러나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라 때에 따라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내 돈과 시간을 들여 이런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어느 날 모임 주제의 책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였다. 부처인 고타마 싯다르타가 아닌 한 인간의 깨달음에 대한 내용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부유하게 태어난 주인공 싯다르타는 어느 날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행의 길을 떠나고 단식과 명상으로 깨달음은 얻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여인을 만나고 인간 삶의 동화되고 자식이 생기고 다시 고통스러운 존재가 되었고, 그 고통으로부터 다시 깨달음 얻는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지만 의미는 심오했다. 인간의 고통의 근원에 대한 깨달음 같은 내용이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부분이 <명상>이었다. 깨달음을 얻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주인공 싯다르타와 수도승은 명상을 했다. 깨달음을 위해서는 명상을 해야 했고, 깊은 명상은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단식이고 또 하나가 명상하는 자세였는데, 그것이 요가였다. (소설에서는 요가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싯다르타 일부를 발췌했다.


-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지요?

=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할 줄 압니다.

- 그게 전부 인 가요?

= 저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그게 무슨 쓸모가 있지요? 예컨대 단식 같은 것 말인데요, 그게 무엇에 좋지요?

= 단식은 먹을 것이 떨어졌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요. 예컨대 싯다르타가 단식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당신한테서 아니면 다른 데서라도 오늘 당장 아무 일자리 건 얻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입니다. 배가 고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테니까요. 그렇지만 싯다르타는 이렇게 태연하게 기다릴 수 있으며, 초조해하지도 않고, 곤궁해하지도 않으며, 설령 굶주림에 오래 시달리지라도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나으리, 단식이란 그런데에 좋은 것입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장면이다. 산에서 도만 닦다 내려온 싯다르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당당하게 얘기했던 부분이다. 인간사회에서 가장 필요 없는 사색과 단식이 싯다르타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그러나 그런 점이 싯다르타를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재물에 욕심이 없으니 부정도 비리도 없고, 기다릴 수 있는 느긋함과 사색의 현명함이 상인에게 더 많은 부를 쌓게 해 주었다. 그러나 사색도 단식도 잊은 채 평범한 인간이 된 싯다르타는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닌 게 되었다. 그때부터 다시 고통이 시작되었다.


나는 책으로부터 얻은 진리를 찾고, 독서의 깨달음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독서모임은 잠시 쉬고, 명상을 하겠다. 공표하고 독서모임을 중단하고,  명상원을 등록했다.



그렇게 시작된 명상, 호흡만 잘하면 된다며...

명상의 원리는 의외로 아주 단순했다. 명상의 1단계는 호흡명상으로 호흡을 코나 단전에 집중하고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만 생각하면 됐다. 원리는 쉽지만 실행하기는 마냥 쉽지는 않았다.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은 잠시, 다른 잡생각들이 들어온다.


이게 맞나?

오늘 저녁에 뭐 먹지?

청소해야 하는데..

어제 그거 살까.

아. 나 지금 명상 중이지.

근데, 허리가 너무 아픈데

다리가 저린데.....

등등 잡생각이 들어온다.


명상에 필요한 육체적 힘이 요가?

자세가 흐트러지면 집중력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여기서 명상과 요가의 상관관계를 이해했다. 깊은 명상을 위해 필요한 게 집중력이고 호흡과 정신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우선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요가가 필요한 이유였다. 명상에 필요한 자세를 유지하는 육체의 힘.

요가는 동작보다 중요한 건 호흡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호흡명상과 요가가 관통하는 부분이 바로 호흡이었다. 어떤 자세를 하던 자세의 완성은 호흡이라고 했다. 호흡을 편안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상이든 요가든 결국 내 몸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고,  요가가 곧 명상이었다. 물론 좀 다른 부분도 있지만 수련의 경지에 오르면 명상과 요가는 같은 지점에서 만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아직 경험하지 못해서)


이것이 내가 요가를 하게 된 이유이다. 물론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라 그저 원리 아주 조금 이해했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의요가] 요가로 바뀐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