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와 포트폴리오 그리고 면접 이야기
안녕하세요
심씨입니다.
최근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그동안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조금 늦어지게 됐습니다. 하하.. 이번 이직을 준비하면서 전 직장에서 채용을 해본 경험이 꽤 도움이 됐습니다. 이런 경험을 참고해서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합불 판단은 회사에서 하기 때문에, 지원자가 회사를 평가하는 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OK '합격'이라는 말을 먼저 할 뿐이지 최종 의사결정은 지원자에게 있습니다. 지원자만 회사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도 지원자에게 좋은 면접 경험을 심어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좋은 지원자가 왔는데 채용 중에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이탈하면 회사도 손해니까요.
특히 경력 입사의 경우, 단계가 거듭될수록 회사도 지원자가 소중해집니다. 회사는 당장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핏이 맞다고 느낄수록 채용을 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러만 주시면 가겠습니다..!' 하고 싶은 회사도 있지만, 요지는 너무 을의 마인드를 갖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는 '지원만 해주시면 가겠습니다..!' 하는 사람이 되어봅시다.
실무에서 지원서류를 검토하는 시간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업무시간을 쪼개서 검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시간에 지원자가 몰리면 단순 계산으로 인당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죠. 대기업에서 학벌이나 학점 필터링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있는지는 모릅니다..) 수백 수천 명이 몰리는 경우 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없겠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가장 먼저 본인을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지원자 스스로 본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에 작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읽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릴스를 한 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있고, 15초 밖에 되지 않는 영상이라도 흥미가 없으면 넘겨버립니다. 채용도 똑같습니다. 하나의 공고에 많은 지원자가 몰릴 것이고,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기회는 다른 지원자에게 옮겨갑니다.
여기서 핵심은 '수 없이 많은 콘텐츠'와 '흥미'입니다. 흥미가 없어서 넘겨버려도 그만큼 대안이 많기 때문에 상관이 없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내용은 많지만 회사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주세요.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은 채용 공고에 있습니다. 합류하게 되면 어떤 팀에서 일하게 될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회사는 지금 어떤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지 등 친절하게 나와있습니다. 실무자 인터뷰가 있다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본인을 어필하는 이력서를 작성해 보세요. 보편적인 이력서 구조가 아니라 지원자에 맞게 바꾸는 것도 방법입니다.
매일 올라오는 채용공고들 중 어떤 회사를 원하는지 기준을 세워두면 좋습니다. 회사를 지원할 때도, 혹은 면접 일정 조율이 어렵거나 다수의 회사에 합격했을 때 도움이 됩니다. 기준을 세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
-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오는 퍼포먼스 마케터의 한계
- 그로스마케터로 직무 확장 필요
- 웹 기반의 마케팅 경력으로 인해 앱 생태계 경험 필요
- one team으로 일하는 조직 문화
고려사항
- 내년 승진 예정으로 인한 연봉 인상폭
이런 이유를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보면,
1.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 (혹은 커머스)
2. 그로스 마케터로 가기 위한 분석 능력 상승
3. 연봉
4. 조직문화
이렇게 4개의 큰 꼭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들을 챙길 수 있다면 위치나 회사의 규모 등의 조건은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준은 회사를 지원할 때부터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경력 면접 시 자주 나오는 질문이기도 하니까 일석이조!
면접에 대한 많은 글을 보면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자신감 있게 나를 어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감의 원천은 어디서 올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1) 나에 대한(나의 업에 대한) 이해와 2) 회사(산업)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많은 회사에서 '성과'보단 '과정'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사고방식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성과는 확인할 수 없지만, 과정은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있는 내용은 반드시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리 있게 말로 하기 어렵다면 프로세스를 한 번 그려보면서 왜 이렇게 했는지 적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산업군 내의 위치, 경쟁사 대비 전략, 고충, 전망 등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세요. 내부적으로 예정된 플랜을 맞추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산업 내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지원자의 관점과 생각을 듣는 게 목적입니다. 직무와 연결되면 더욱 좋겠죠?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말을 만들어보세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박용후 작가님의 '관점을 디자인하라'라는 책에서 스스로 '관점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글을 보고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기억할 정도로요. 저를 스스로 '고객 행동 설계자'로 정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면접에서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 정의에 대한 뒷받침이 이력서 - 포트폴리오 - 면접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여러 번 갈아엎었습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스스로 100% 만족할 수는 없더라구요. 다만, 수정을 거듭할수록 직접 마주하며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조금씩 그들의 흥미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해도 되겠죠?
간혹 주위 사람들에게 이력서나 면접 피드백을 요청하거나 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관련 직무의 실무자여야 하고, 채용 공고도 함께 전달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원자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채용 과정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관점을 가진 분이 계시다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