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씨 Feb 27. 2024

마케터에게 데이터분석이란? 꼭 필요할까?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데이터분석 능력

최근 마케터로 취직 또는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공통적인 질문이 있더라구요.



데이터분석 능력은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마케터에게 데이터분석 능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데이터 분석 능력'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지원 자격에 작성되어 있거나 적어도 우대사항에 작성되어 있죠. 심지어는 데이터분석에 필요한 SQL까지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케터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너무 많네요ㅠ) 트렌드에 맞게 데이터분석 능력을 미리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이런 질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분석 능력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상대방은 '어떻게'에 초점을 두고 답변하게 됩니다. 즉, '부트캠프를 다녀보세요'나 '유튜브 보면서 독학하시면 돼요'와 같은 대답이 나온다는 뜻이죠. 그리고 질문을 한 사람은 '이 대답을 원한건 아니었는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데이터분석 능력이 왜 필요할까요?


여기서 우리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분석 능력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보다는 마케팅에서 데이터분석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목적이 명확해져야 방향성을 올바르게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나온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감으로 A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a,b,c,d 지표에 근거해서 A를 선택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것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과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디지털 중심으로 운영되는 브랜드의 경우,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습니다.


이제 본인이 준비하고 있는 산업군과 직무를 연결짓고, 어떤 부분에서 데이터기반의 의사결정이 필요할지 고민해보세요. 마케터에게 데이터분석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모든 마케터에게 동일한 깊이의 데이터분석 능력을 요구하진 않습니다. 브랜딩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마케터'와 앱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만드는 '그로스 마케터'은 각자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죠.



데이터분석 실제로는 어떻게 사용될까?



데이터를 어떤식으로 활용하는지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인공 : 영어공부 앱 회사의 그로스 마케터 심씨
상황1. 서비스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 광고로 유입되는 고객이 크게 늘었지만, 실제 서비스를 결제한 고객은 0.5% 뿐이었다. 그로스 마케터 심씨는 왜 99.5%의 고객이 구입하지 않고 이탈했는지 찾기 위해 데이터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마케터 심씨 퍼널 분석 데이터 (예시)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도 상당히 높고, 결제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지만, 특정 구간에서 전환율이 확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로그인 단계'가 이탈 지점인 것을 파악하고, 로그인 단계를 뜯어보기 시작했고, 가설을 하나 세웠다.
'회원가입 방식이 너무 복잡해서, 고객이 중간에 참지 못하고 이탈한다'
그로스 마케터 심씨는 기존 '이메일, 휴대폰 전화번호' 회원가입 방식에 추가로 카카오톡과 네이버 '간편로그인' 방식을 추가한다. 프로모션을 조금 더 연장해서 2주 정도 지켜본 결과, 아래 그래프처럼 '결제 방식 선택'으로 넘어가는 비율과 '결제 완료' 비율 모두 상승했다.


마케터 심씨 퍼널 분석 데이터(예시)


'그로스 마케터'의 경우 이렇게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개선점을 찾고, 가설-검증을 통해 더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아주 단편적인 예시를 가져왔지만, 데이터를 다각도로 뜯어보고 정확히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마케터에게 '데이터 분석' 능력은 엄밀히 말하면, 데이터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기획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읽고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인사이트를 찾는 등. 데이터 엔지니어나 데이터 분석가와는 다른 형태로 데이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하는 습관을 만들고, 가설 - 검증의 방식을 실생활이나 프로젝트에 접목시키면 좋습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들을 기록해보세요.


실생활에서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예로 들어보면,


심씨가 다니는 헬스장 라커룸 입구에서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자빠졌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동일한 현상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느낀 심씨는 무엇이 이유인지 살펴봤다. 입구 주변을 살펴보니 한 쪽 벽 특정 부분에 손때가 많이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당 부분이 미끄러워서 손으로 짚는 사람들이 많이 자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며, 사람들이 입구를 드나들면서 그 부분을 짚는 힘에 의존해서 드나들던 사람들이 자빠지는 것을 확인했다. 헬스장에 해당 사실을 알려 그 부분에 미끄럼방지 패드를 부착했고, 그 이후로는 자빠지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 


            데이터 : 특정 부분의 손 때 (시각화된 데이터)
가설 : 사람들이 손으로 많이 짚는 곳이 미끄러워서 넘어지는 것이다.
검증 : 실제 사람들의 행동에서 확인 완료
개선 : 미끄럼 방지 패드 부착


예시에서는 따로 AB 테스트를 하지는 않았지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개선하는 하나의 프로세스가 완성됐습니다. 이렇게 실생활에서도 충분히 데이터분석 능력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실무 경험이 없어 고민만 하는 것보다는 이런식으로 구조화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실생활이나 주변에서 '문제 인식 - 가설 수립 - 검증(with 데이터) - 개선'의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이를 정리해두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툴(GA, SQL 등)은 말 그대로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수행하는데 도움되는 도구일 뿐입니다. 막상 공부를 하고, 자격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데이터 기반의 사고방식이 체득되지 않았다면 활용도는 크지 않습니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적어도 하나의 툴은 다루는 것이 좋지만, 신입이라면 툴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마케터에게 데이터분석 능력이 꼭 필요할까?



필요하죠.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읽고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마케터의 데이터분석' 능력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객 행동 보고서: 구매를 결정한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