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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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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 Jul 05. 2022

하루 기록

매일매일을 기록하는 삶, 그 첫 번째.


나는 왜 기록을 시작하게 됐을까.


2020년 가을의 이야기다.

원래부터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매일같이 일기를 쓸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일이 있거나 생각이 들게 되는 날이면 영락없이 다이어리를 열고 몇 줄 끄적이고는 했다. 처음에는 그조차도 힘들어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에 대한 독서감상문과 함께 내 생각이나 감정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조금 서툴지만, 내 생각을 표현하고 내 안에 쌓여있던 감정들이 글로 쓰이는 것을 보며 설렘을 느꼈다. 생각과 마음으로만 담아두기만 하면 수면에서 바라본 바닷속 깊은 곳을 헤엄치는 물고기와 같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만을 인지한 채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글이라는 낚싯대를 잡고 낚아 올리는 것을 배운 뒤로 내 생각과 마음을 마주 보게 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내 속에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글쓰기는 조금 투박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21년 봄이 되었다.

내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시기가 되었다. 날이 점차 따뜻해지던 2021년 4월 26일, 입대를 하게 된 것이다.


군대에 입대하고 나서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18개월 동안의 길면 길지만 또 짧으면 짧은 시간을 조금이나마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게 됐다. '과연, 내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조금 거창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전공이 미술 쪽이니, 그림이라도 더 그릴까?"

"남들처럼 자격증이나 토익을 공부하는 건 어떨까?"

"책을 왕창 읽어버리는 건 어때?"


많은 고민을 하던 도중에 딱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마음에 드는 생각이었다. 책을 많이 읽기도 하고, 조금씩 일기 같은 형태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사실이 있었다. '글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일은 굉장한 일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소설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 경험으로써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수필은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조언을 해주며, 시는 절제된 표현 속에서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품게 해서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왠지 나도 해보고 싶었다. 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요령이라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글을 제대로 써본 적도 없고, 제대로 쓰는 것을 배운 적조차 없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에 잠겨있던 찰나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이 있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뭐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통달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뭐든 길게 노력해보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 동기부여 강의를 해주던 사람들이 늘 하던 말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써보기로 했다. 계속 쓰다 보면, 나름대로 내가 글을 쓰는 방식도 생길 것 같았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더 자연스러워질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2021년 6월 27일에 시작해서 오늘까지 쓴 글들이 꽤 많이 있다. 물론 지금도 조금씩 쓰고 있다. "하루 기록"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루 기록"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단순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서 매일 쓰자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쓰다 보면 언젠가 나도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으면 '오 제법이잖아?' 하길 바라며 쓴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그 시점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보니, 하루에 글 하나를 쓰는 것도 문제였지만 주제 하나를 선정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그래서 사전을 아무 쪽이나 펼쳐보기도 하고, 무작위로 단어를 생성해주는 사이트에서 단어를 골라서 글을 써보기도 했다. 내가 직접 이런 주제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쓰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 기록"은 이런 글이다.


요령은 없지만,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20대의 무모함으로 쓴 글.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그 생각과 마음들을 마주하기 위해서 쓴 글.

하루하루 매 순간마다 자신이 갖고 있던 그 생각들을 모아서 기록하고자 쓴 글.

미래의 내가 어릴 적 일기장을 들춰보듯 다시 읽고 얻어가는 점이 있기를 바라며 쓴 글.

남이 읽었을 때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며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길 바라며 쓴 글.

비록 대단하고 거창한 글들은 아닐지라도, 결국 남이 아닌 나를 위해 남겨놓는 글.


미래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생각이 들어 다시 읽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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