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희생해 남을 구하는 사람을 가리켜 영웅이라 한다
1958년 겨울,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새벽 3시 무렵 소방센터의 전화벨이 울렸다. 당직인 에릭이 전화를 받았다. 한 여인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살려 달라고 했다.
“진정하세요. 거기가 어딥니까?”
“⋯⋯모르겠어요.”
아마도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거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인 것 같았다.
여인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 에릭이 다시 물었다.
“주변에 뭐가 보이죠?”
“⋯⋯유리창이 보이고 ⋯⋯창문 너머로 가로등이 보여요.”
“방에 불은 켜 있습니까?”
“⋯⋯네.”
에릭은 잠시 추리해 보았다.
‘가로등이 보인다면 집은 아마 시내 길가이고, 3층 이하 건물일 거야.’
에릭의 보고를 받은 구조대장은 곧 대원들과 함께 출동했다. 열 대의 구급차가 어딘지도 모르고 시내를 향해 질주했다. 그동안 에릭은 여인과 계속 통화를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여인은 혼절했는지 더는 말이 없었다.
약 15분 후 에릭은 급히 무전기에 대고 외쳤다.
“들립니다! 수화기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구급차가 여인의 집에서 가깝다는 의미였다. 구조대장이 전 차량에 무전으로 명령을 내렸다.
“1번 차량 사이렌 끄시오.”
“그래도 들립니다.”
“2번 차량 사이렌 끄시오.”
이렇게 1번부터 10번 차량까지 사이렌을 껐다 켜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10번 차량이 사이렌을 끄자 에릭이 외쳤다.
“대장님,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대장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10번 차량 주변이다! 10번 차량은 당장 확성기로 방송하라!”
명령에 따라 10번 차량이 방송을 시작했다.
“주민 여러분! 생명이 위독한 여인을 구하려 합니다. 모두 불을 꺼주세요!”
사이렌 소리에 놀라 깨 있던 주민들은 일시에 소등했다. 그러자 깜깜한 가운데 단 한 집의 불빛만 남았다. 전화를 건 바로 그 여인의 집이었다.
대원들이 쏜살같이 그 집으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대원의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흘러나왔다.
“여인은 살아 있다! 의식은 없지만 맥박은 뛴다. 곧 후송하겠다. 이상.”
***
구조대원들은 위기에 빠진 사람,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 위험한 현장으로 달려가 그 사람을 직접 구한다. 때로는 남을 구하다 자기가 죽기도 한다. 세상에 이들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