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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Mar 09. 2016

팔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도태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똘레랑스 독서논평 #2 - 다니엘 핑크 作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

팔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도태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도서 - 다니엘 핑크 作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 / 에코리브르 출판(현재 절판됨)

논제 - 파는 존재 인간, 우리는 계속해서 팔아야 한다. 세일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의 논제는 '파는 존재 인간, 우리는 계속해서 팔아야한다. 세일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인간은 어째서 파는 존재인가? 우리는 무엇을 팔고 있는가? 세일즈는 무엇인가? 총 세 개의 질문이 들어 있는 논제였다. 우리의 토론은 첫 번째 질문부터 하나씩 답하며 진행됐다.


파는 존재, 인간

  무언가를 파는 행위가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몇 년 전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다큐멘터리에서 침팬지 한 마리가 다른 침팬지에게 바나나를 주며 노동을 시키는 장면을 봤다. 사육사가 준 바나나를 힘이 센 침팬지가 독차지했다가 지시를 내린 후 수행한 침팬지에게 바나나 하나를 주는 것이었다. 충격적이었다. 이 장면을 연구한 인류학 박사는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되기 이전부터 판매를 시작해왔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웬 뚱딴지같은 소린가 했지만, 이내 그의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증명되어 온 사실임이 기억났다. 역사 시간에 배운 '조개껍데기'나 '뼈'를 이용해서 생필품을 거래하던 원시인들의 기록이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 세일즈는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갖고 있던 본능이었다.


파는 존재들에 대한 인식

  똘레랑스의 토론 참가자들은 '세일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경험해 보기 전에는 불편한 사람이었다."고 답했다. 선정된 도서들을 통해서 세일즈에 대해 명확히 이해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답변이었다. 대개는 세일즈맨이라고 말하면 최전방에서 일하는 판매원(보험판매원, 가전제품 판매장 직원, 잡상인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들을 읽고 난 후에는 세일즈맨에 은행원, 변호사, 교사, 프로그래머, 심지어 공무원까지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말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세일즈맨에 대해서 좁게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고민해봤다. 나는 교육환경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세일즈는 기껏해야 바자회를 통해서 친구의 헌 물건을 쿠폰으로 교환하고, 그를 통해 떡볶이를 사 먹는 정도였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는 졸업문집에 꿈을 '부동산 판매업자'라고 적었던 친구가 담임선생님께 혼나고 '공무원'으로 고친 사례도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부모님께서 공부시켜주시는데 기껏 장사꾼이나 되려 하냐"며 친구를 혼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의 인식 속에서 판매자들을 부정적으로 분류하게끔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의 삶은 판매를 해야만 연장될 수 있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은행원은 은행서비스, 변호사는 법적 지식, 교사는 교과지식, 프로그래머는 IT 지식을 판매한다. 공무원도 녹봉을 받는 대신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판매한다. 결국, 판매원이라는 꿈을 비판했던 선생님도 최전방 지식판매원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교사는 교편을 들고 설명하는 대신 부동산 판매업자는 펜을 들고 지도에 설명할 뿐이다.


판다(賣)는 것은 사는(生) 것이다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의 저자인 다니엘 핑크는 소설 <아이반호>에서 "나는 리처드에게 내가 고용한 프리랜스들을 제공하였다. (...중략...) 혼란스러운 세상 덕분에 군인이라면 언제나 일자리를 구할 것이다."를 인용했다. 인용문은 세상이 혼잡해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용병의 시간을 사야 하므로 판매자인 용병들의 일자리가 많음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프리랜서(국립국어원에서 지정한 맞춤법 규정에 의거, 외래어 '프리랜스'와 '프리랜서'는 '프리랜서'로 통일됐다.)

  프리랜서, 프리에이전트, 용병, 1인기업까지 이들은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특정한 기업에 속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임무를 해결하고 보수를 받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사회에서는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딱히 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읽은 도서 중에서 2권 이상이 토마스 프레이의 "15년 후에는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해요."라고 인용한 것을 보면, 이들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사회자인 나영웅(토론사회자) 는 "이제까지는 우리가 카페에서 커피를 팔고, 백화점에서 옷을 팔았지만, 앞으로는 다른 것을 팔아야 해요."라고 직종의 변화와 함께 세일즈의 형식과 방법이 변화될 것을 주장했다. 나도 이 의견에 덧붙여서 "기업이 '정규직'이라는 의무로 우리를 책임져줄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가자인 조주현(토론참가자)는 "기업이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뼈 빠지게 일해서 얻은 이익을 기업에 나눠주는 것보다 같은 양을 일해서 내가 번 수익을 내가 갖는 것이 낫다."고 공감했다.

  우리는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를 통해서 세일즈에 대한 편견을 부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개선된 시선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발견했다. 이에 나영웅(토론사회자)은 "앞으로 우리는 기업에 기대기보다 홀로서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공감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책의 인식개선과 주장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유세화(토론참가자)는 "공감하기 힘들었다."며, "기업과 국가 같은 조직이 쉽게 무너져버릴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토마스 프레이의 주장이 예측에 불과함을 시사했다. 나의 의견과 같은 토론자들과 다른 토론자들의 의견을 골고루 들어본 후에 나는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토마스 프레이가 예언한 프리에이전트의 시대는 분명히 온다. 하지만 그것이 15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제 명을 모두 살게 된다면 살아있는 동안에 부딪힐 미래이다. 따라서 팔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도태될 준비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천천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팔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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