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동인천의 한 웨딩홀
나는 어릴 때부터 별이 좋았다. 전라남도 해남에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볼 때도 좋았고, 인천 선재도에서 은은하게 비추는 별을 볼 때도 좋았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천체관측부'에 들어갔다.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들어갔던 이 동아리는 내 인생에 밤하늘이라는 취미와 사진이라는 취미 그리고 몇 안되는 아주 귀중한 친구들을 선물했다.
녀석도 이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였다. 고등학교 2학년 봄.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빨간색(?) 뿔테 안경을 쓰고 단발머리를 한 모범생 스타일의 여고생이었다. 교회를 다닌다는 공통점과 동아리 활동에서 '학술'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 겹치며 친해졌고, 그 때의 인연이 10년을 넘어 지금까지 닿아 있었다.
무난한 듯 무난하지 않은 각자의 성격 때문에 중간중간 연락이 끊어졌던 적도 있지만, 사진을 배우고 특히 웨딩사진을 찍으면서부터는 꼭 사진에 담아주고 싶었던 친구 중 하나였다. 하지만 녀석은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 사진과 영상에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되었고, 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로 결혼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씩씩하고 털털한 성격에 녀석을 여자사람으로 인지한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시집을 갈 때는 꼭 예쁜(?) 모습으로 담아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갔다.
2018. 04. 21. 토요일
in 동인천의 한 웨딩홀
아그파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