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만수동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것 같다. 이 친구와 함께 뭔가를 해본 기억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우리반에서 반장이었든 부반장이었든 리더십이 강한 아이였다는 것과 성장하며 동네에서 몇 번 스쳐지나간 얼굴이 초등학교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는 것 정도였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그 때 연락처를 주고받은 것이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되었었다. 그렇게 친구와 나는 초등학교 동창에서 랜선친구가 되었었다.
하지만 랜선친구가 된 후에도 사실상 쌩판 모르는 사람보다 더 적은 대화를 나눴다. 거의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 없을 것 같았다. 그랬던 친구가 내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했다. 오래된 친구가 응원해주는 기분이 들어서 묘하게 반가웠다.
그 후로도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절친한 지인의 사진작업을 내게 의뢰했다. 일정이나 페이가 맞지 않아서 조금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녀석은 초딩 동창 찬스를 사용해서 부탁한다고 했다. 결국 일을 받았고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날은 그 친구에게 일거리를 소개해준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저녁을 산 날이었다. 술은 마시지 않지만 막걸리는 좋아한다던 친구는 아무말 대잔치를 늘어놓더니 메뉴로 곱창을 선택했다. 전골이 좋다면서 선택한 메뉴는 곱창볶음이었다. 녀석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녀석과 나 사이에 겹치는 친구가 참 많았다. 덕분에 10년도 넘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그리웠던 친구들의 소식을 쭉 들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보았던 선한 이미지의 리더가 그대로 성장한 느낌이었다. 즉석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말했다. 녀석에겐 단 하나의 이상형 기준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나의 절친은 그것에 해당하지 못했다. 아쉬워하던 찰나에 녀석의 이상형에 적합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떠올랐다. 여자친구의 남동생이었다. 그렇게 곧 처남이 될 남자를 나의 오래되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오늘은 두 인물이 처음 만나는 날이 될 것이다. 결과가 어찌 되든 그들의 몫이다. 이 글이 그들의 흑역사가 될지 좋은 기록이 될지 궁금하다.
2018. 04.
in 만수동
아그파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