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남편의 자서전 : 독일 신혼 여행기 1
그와의 마주침은 일순간이었다. 아니, 그가 나와 마주친 것인지
내가 그를 볼 때 그도 나를 본 것인지 그는 신호를 본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다만 두 장의 유리를 건너 그의 눈동자를 보았을 때 나는 희열을 느꼈다. 좋은 사진을 남길 것 같아서가 아니다.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자율주행인줄 알았던 트램에서 사람이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어둠 속에 있는 그가 기다란 빛의 줄기를 이끄는 모습이 연달아 나의 머리를 쳤기 때문이다.
사실 별거 아닌 일이고 별거 아닌 순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진의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찰나에 내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사진을 남겼던 그 순간은 반드시 내 인생의 멋진 장면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