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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Nov 06. 2019

'할머니'와 관련된 추억이 있나요?

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39

'할머니'와 관련된 추억이 있나요?


저는 오랜시간 잊고 있었지만, 이 사진을 담으면서 떠오른 추억이 있어요.

9살 때 였던 것 같아요.


학교 앞에서 거금 500원을 내고 손바닥 만한 웃긴 이야기 책을 구매해서 읽은 후, 할머니와 이모할머니 사이에 앉아 제가 읽은 이야기를 할머니들께 들려드렸어요.


할머니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낄낄 웃으시고, 이모할머니는 내 웃긴 이야기 책을 뒤적뒤적 보시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죠.


이야기가 끝나자 이모할머니는 광석이는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전달하냐며 "배꼽에 이야기 주머니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고,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사촌동생들에게도 들려주어야 하니 배꼽을 잠시 빌려달라"고 하셨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알게된 건 그 때 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 후 저는 학교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었고, 가끔은 속이 다 들여다보이지만 9살짜리만 모르는 거짓말을 지어내서 어른들에게, 친구들에게 전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전하고, 때론 과장하고, 때론 잊어버리면서 저는 글을 통해 이야기를 전했고, 어느새 이야기를 전하고,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어요 :)


그리고 이 사진을 찍던 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 두 노인의 뒷모습에서, 저는 할머니와 이모할머니를 떠올렸어요.



저와 저희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에겐 '할머니'와 관련된 어떤 추억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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