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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Apr 11. 2016

자전거로 찍는 여행사진

자전거 타는 포토그래퍼

  연애 못하는 남자의 취미로 사진, 자전거, 낚시가 뽑혔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취미가 사진이고, 즐겨타는 교통수단이 자전거이며, 가장 즐거운 순간은 내가 잡은 물고기로 만든 요리를 먹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못하나보다.

꽃이 피나, 피지 않으나 모두 같다 / 구월동 /  김광석 / 갤6

  농담 아닌 진담으로 서두를 연 이번 글의 주제는 라이딩과 사진의 콜라보다.

  대부분의 남자가 그러하듯 나의 어린시절도 '질풍노도'의 '질풍'을 자가발전 하여 일으켰다. 가슴이 답답한 날에 도로위를 질주하며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날은 가슴이 뻥 뚤리는 것 같았다. 그 맛을 알게 된 나이는 네 발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뗀 열살 때이며, 당시 탔던 차종은 '레포츠 토네이도240'다.

소년의 꿈 / 탄도항 / 김광석 / Canon550D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스물일곱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자전거를 탄다. 이제는 엑시드 어쩌고하는 멋드러진 바이크로 갈아탈 때도 됐지만, 심장이 약한 관계로 규정속도 20km를 준수한다.

  자전거의 묘미는 속도에도 있지만, 패달을 밟고 밀어낼 때, 허벅지에서부터 장딴지까지 쫄깃(?)해지는 근육을 느끼는 데 있는 것 같다. 두어시간 라이딩을 마친 후에 적절하게 탄탄해진 허벅지는 자신감을 키워주기도 한다.

  또 걸어서 갈 때와 차로 갈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을 적절하게 그리고 많이 볼 수 있다는 데 두번째 매력이 있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적절한 지나침' 그것이 참 좋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난다. 왼쪽의 사진은 인천 연수구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라이딩 동호회'였다.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방과후 교실에서 모이게 된 어머니들이었다. 어머니들은 안전주행을 가르치신다면서 헬멧을 쓰지 않으셨었다.....(안전주행의 기본, 헬멧착용!)

  오른쪽의 사진은 백령도에서 라이딩을 하다가 해변이 너무 아름다워서(힘들고 지쳐서 아님...)내려 사진을 찍었다. 살짝 낀 안개로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 해녀 한 분이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나의 필력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다.(사실, 사진으로도 그 아우라를 다 담아내진 못했다ㅠㅠ)

해변 그리고 해녀 / 백령도 / 김광석 / Canon 550D


  해녀는 할머니였다. 그녀는 성큼성큼 수 키로그램의 미역을 끌고 오셨다.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알통이 뽈록 나온 팔뚝을 보여주시며 "아직 거뜬해!" 하셨다.


  그리곤 "군인이여? 전화기 좀 빌려줘"하셨다. 나는 군인이었지만, 군인인 것을 알아보시는 것에 살짝 삐졌다. 그래도 전화기를 빌려드렸더니  전화를 거시더니 "오빠! 나야! 나 다했어 데릴러와!"하셨다.




  작년에 내가 타던 자전거는 철TB(프레임 등 재료가 가벼운 알루미늄이나 카본 같은 특수재질이 아니라 그냥 '철'인 MTB)였는데, 최고속도가 20km여서 함께 출발한 사람들이 다 도착하고도 수 시간이 지나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적절한 지나침'이 자전거를 타는 목적인 나에게 느린 속도는 딱히 큰 불편함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거운 차체는 오를 때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갔다오면 어떨까?'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어떨 때는 '자전거'가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까봐 미안해서 잠시 쉬어준 적도 있다. 아직 2살 밖에 안된 어린 녀석이어서 자주 쉬어주어야 했다.


힘이 들면, 쉬어가면 돼/ 백령도 / 김광석 / Canon 550D


  라이딩을 하면서 힘들지만 언덕을 피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고통을 즐기는 변태'이기 때문은 아니다.  모든 가파른 언덕의 끝에는 반드시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이 날 오른 언덕의 끝에는 갈매기들이 모여사는 절벽이 있었다. 그곳의 갈매기는 사람들이 주는 새우깡 따위를 먹고 자라서, '비둘기화'된 갈매기가 아니었다. 날타로운 발톱과 민첩함이 살아있는 야생 갈매기였다.

  그래서 오르기 전까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새들의 고향>편에 나올 법한 환상적인 곳을 상상했다. 그런데 막상 오르고보니 그저 사납고 배변활동이 활발한 새와 그들의 똥이 많은 지형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안개가 끼지 않았더라면 비행과 사냥과 휴식을 하는 갈매기 무리를 모두 볼 수 있었겠지만, 날씨가 흐려 전체 지형과 무리의 3분의 1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1시간에 걸쳐 올라온 언덕이 아쉬워 꾸물거리는 사이에 한 마리의 갈매기가 모델을 자처했다.

비상 / 백령도 / 김광석 / Canon 550D

  이녀석을 시작으로 새들은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꽤 맘에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모든 오르막길 뒤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 자비롭고 경이롭고 영광스럽고 즐겁고 행복한 것, 최고속도 20km에 불과한 나의 철TB도 시속 4~50km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운동에너지의 요람. 그것의 이름은 '내리막길'이다.

그렇다.

모든 오르막의 끝에는 내리막이 있다.


너무 내려가면 안된다 / 아라뱃길 / 김광석 / Canon550D


  사실, "모든 오르막의 끝에는 내리막이 있다"는 격언은 일상생활에서는 아주 섬뜩한 말이다. 노력으로 일구어낸 것이 무엇이든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경고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사람이 자전거를 탄 사람이라면, 굉장히 큰 힘이 된다.

  


  이렇게 하루종일 자전거를 탄 날에는 엄청난  배고픔이 몰려온다. 6시간 라이딩으로 소비하는 칼로리가 많게는 1~2천 칼로리가 넘으니 부담없이 맛있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운동은 더 많이 먹기 위해 하는거 아니던가!)


소바트럭 그리고 자전거 / 아라뱃길 / 김광석 / Canon 550D

  아라뱃길에서 라이딩을 했는데, 마침 눈 앞에 이렇게 생긴 트럭이 있다면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런 트럭에서 파는 음식은 분위기부터 맛까지 딱 내스타일이다. 글을 마치는 시간이 점심시간이니 만큼 맛있는 사진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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