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남편 김광석 Mar 30. 2016

감성사진?감성에세이? 감성이 뭔데!?

감성이 뭐길래 내 사진엔 없는거지?

아라뱃길의 라이더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향수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집으로 가는 길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보통 이런 사진들을 보고 '감성사진'이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사진들을 찍을 때 '감성사진 찍혀랏!'하고 찍지는 않았다. 찍고보니 사람들이 감성사진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 내가 감성사진의 천재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찍으면 다 감성사진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이후로 찍은 사진들은 감성사진은 커녕 좋은사진이나 맘에드는 사진에도 들지 못했다.


  이후에 다른 사람들이 감성사진이라고 올리는 작품들을 봤다. 대부분 헑! 소리가 나는 뭔가가 느껴졌지만, 종종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사진도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진도 있었다. 물론, 반대로 나는 대단한데 다른사람 눈에는 안그런 작품도 많았다. 도대체 뭘까? 감성이라는 것은 도대체 뭐길래, 내가 넣지 않았는데 들어있고 내가 넣었는데 들어가지 않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 키보드를 두드려 본다.


다르게 느끼는 마음, 감성

  공상과학 소설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작품 속에 새로운 주제를 등장시킬 때, 그것을 설명하는 단어의 뜻이나 어원을 설명하는 버릇이 있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갖고 있는 이 습관이 "어떤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는 언어학자들의 견해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도 글을 쓰기에 앞서 이 글의 키워드가 될 '감성'이라는 단어를 뜯어보려 한다. 이 글의 주제인 '감성'을 영원한 우리들의 이웃이자, 브런치의 영원한 라이벌인 초록색 지식플랫폼에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해설이 나온다.



감성(感性) :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


<철학>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 대상을 오관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
<관련 어휘> : 감수성, 감각, 감정, 이성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철학은 말을 참 어렵게 만드는 학문인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를 떠들어 놓은 <철학>의 견해는 무시하고, 단어 그대로 '감성'을 살펴보자.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니, 조금 어렵다. 저 설명을 더욱 쉽게 설명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을 쉽게 만드는 노하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장에서 필요 없는 단어를 지운다.

둘째, 한자어를 순한글로 풀어낸다.

셋째, 이 과정을 반복한다.


  내가 보기에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에서 불필요한 것은 '자극이나 자극의'다. 이 부분은 '변화'를 꾸며주는 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지우니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 된다.


  줄였으면, 이제 한자어를 풀어보자. 첫 번째 한자어인 '변화(變化)''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이다. 두 번째 한자어인 '성질(性質)''사람이 지닌 마음의 본바탕'이다. 이 둘을 본래 문장에 대입하면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을 느끼는 마음의 본바탕'이다.


  쉽게 표현하려고 지우고 풀어서 고쳤는데, 더 길고 복잡해졌다. 종종 이렇게 되기도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이럴 땐 그냥 처음의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다시 불필요한 부분을 지워보자. 꾸며주는 부분인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가 불필요해 보인다. 이 부분을 쓱 지우고 나니 '달라짐을 느끼는 마음의 본바탕'이 된다.

 

  이젠 한자어도 없고 불필요한 말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2자 짜리 단어를 설명하기에 13자의 해설은 비효율적이다. 슈퍼라이터를 꿈꾸는 내가 보기에 이렇게 긴 문장은 사족이다. 그래서 조금 더 짧게 만들어 봤다.


  자르고 풀고, 다시 자르고 함축시켜 나온 감성의 뜻은 '다르게 느끼는 마음'이다. 다시 정의한 뜻을 감성사진이나 감성에세이에 대입해봤다.


  감성사진 : 다르게 느끼는 마음 사진 / 감성에세이 : 다르게 느끼는 마음 에세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어순을 조금 조율해본다.

  

  감성사진 : 마음이 다르게 느껴지는 사진

  감성에세이 : 마음이 다르게 느껴지는 에세이


  감성사진은 마음이 다르게 느껴지는 사진이다. 이제 좀 어울리는 것 같다. 내가 풀어낸 감성의 뜻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조금 더 다듬고 발전시키면 분명 더 좋은 의미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상태도 마음에 든다. 더 발전시켜보고 싶다면 여러분의 방식과 생각을 녹여내서 실천해보기 바란다.(자신이 만든 다른 뜻을 댓글에 남겨 공유해주면 더 좋다.)


  단어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몇 번을 쪼개고 지웠는지 모르겠다. 여러분은 모르겠지만, 이 글은 몇 번의 퇴고를 거치고 있다. 지금 이 글도 다음번에 보면 수정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위에서 보이는 단계보다 더 많은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 의미다. 이러니 단어를 이해하는 것이 '하나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어려운거 넘어가는 척하면서 다 떠들었다.)





무엇이 달라야 할까?

  '감성'이라는 단어일 때는 잘 모르겠었는데, 풀어쓰고 나니 이해가 된다. 아마 잘 풀어서 그렇다기보다는 푸는 과정에서 단어를 이해했기 때문인 것 같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이제는 감성사진과 감성사진이 아닌 사진의 차이를 알게 됐다. 이전에는 감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담아내야 감성사진이 되는지 잘 몰랐었지만, 이제는 내 사진 중에 어떤 것이 감성사진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사진의 어떤 것이 '마음을 다르게 느껴지'게 만들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알것도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아는 부분마저도 정확하게 설명할 재주가 없다. 그래도 굳이 내게 묻는다면 '그냥 사진에는 없는, 다른 것'을 넣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같은 요리라도 재료를 달리하면 다른 맛이 나듯이, 같은 피사체라도 사진에 들어가는 것들을 조금 다르게 조성하면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냥 다르기만 해서는 독특한 사진으로 느껴질 순 있어도 '마음'이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무언가에 마음을 넣는다는 것은 AI로봇을 다룬 팩션이나, 동물의 감동 스토리를 다룬 영화에나 나올 듯한 이야기인데, 사진에 넣는다니 갑자기 스케일이 남달라진다. 이러다가는 이 글이 수습하기 어려운 판타지가 되거나, 논문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또 흐지부지 끝을 내면 아쉬울 것 같으니, 개념 정리는 이정도에서 마치고 내 사진을 예로 들어서 어디에서 감성(다르게 느끼는 마음)을 찾을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자. 물론, 내 사진이 감성사진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얘는 감성이 좀 독특하구나 하고 다음 사진을 봐주기 바란다.


  첫 번째 예시는 '서대문 독립공원'에 있는 '독립문'의 사진이다.

<독립문1>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독립문2>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나의 기준에서는 <독립문1>은 그냥 사진이다. 색감을 조금 살려서 감성을 쥐어짜려고 시도했지만, 여전히 그냥 사진이다. 반면에 <독립문2>는 감성사진이라 생각한다. 사진이 감성을 나타낼 수 방법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빛'이 효과적으로 사용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듯한 사진에서는 빛을 잘 활용한 흔적이나 필터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빛 중에서도 푸빛 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드는 붉은 계열의 빛이 감성적이었다. 그럼 사진에 다르게 느끼는 마음을 불넣는 붉은빛 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음 예시를 살펴보자.

<강원도의 밤>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자뻑이지만, 내가 찍은 사진중에 나 스스로 가장 감성적이라 여기는 사진인 <강원도의 밤>이다. 이 사진에도 붉은빛이 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딱히 감성적인 붉은빛은 아니다. 게다가 이 사진을 보고 '와~'하고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대부분 별똥별을 확대했으니 별똥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사진에서 감성의 포인트가 색이 아니라 별똥별이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색을 한 번 다 빼보겠다.

<강원도의 밤 - 채도0%>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강원도의 밤>에서 '빛의 3요소' 중 하나인 '채도'를 전부 뽑은 흑백사진이다. 빛을 완전히 빼버렸음에도 이 사진에선 '다르게 느끼는 마음'이 생긴다. 아니, 오히려 색이 있을때와는 또 다른 감성이 생긴 것 같다. 빛이 있든 없든 이 사진에서는 '다르게 느껴지는 마음'이 생긴다.


  별로 과학적이진 않지만 몇차례 실험을 통해서 이 사진을 '마음이 다르게 느껴지는 사진'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별똥별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즉, 사진을 다르게 느끼는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따뜻한 색감이나 별똥별 같은 것들을 넣으면 된다. 이렇게보니 감성사진을 만드는 요소는 의외로 간단했다. 이는 감성사진을 찍겠다고 굳이 다른 물체를 찍거나 저기 멀리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보여줄 사진들은 내가 찍어놓고 '감성사진'이라고 자뻑중인 사진들이다. 만약 이 사진들이 여러분에게도 '마음이 다르게 느껴지는 사진'이 된다면, 어디서 다른지 그 포인트를 찾아보자. 다른 사람의 사진에서 포인트를 찾아보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은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감성을 나의 사진에 심는 아주 좋은 훈련이다.


<혹한>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외롭지않다>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마주침, 찰나의 순간>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소나무와 달>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Sea> / 김광석 / Canon EOS 550D, EF 18-55mm


  모든 사람이 내가 의도한대로 느끼진 않겠지만 내가 이 사진들에 넣은 감성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혹한> - 구도

<외롭지않다> - 피사체

<마주침, 찰나의 순간> 배경

<소나무와 달> 색감

<Sea> 뒤집음




감성에 정답은 없다

  너무 길어서 다 잊어버렸겠지만, 이 글의 제목은 <감성사진? 감성에세이? 감성이 뭔데!?>였다. 표지의 이미지가 아니라 제목을 보고 이 글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감성이 뭔지 궁금해서 들어온 사람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 답은 감성의 뜻인 '다르게 느끼는 마음'이 될 수도 있고, '빛'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어딘가 다른 것이나 그냥 마음이 될 수도 있다.


  호기롭게 감성이 뭔지 밝혀보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 사실 나도 아직은 감성이 뭔지 정확하게 정의되진 않는다. 기존 사전에 있던 말 보다는 내가 풀이한 뜻이 더 마음에 들 뿐이다. 그렇다고 글을 흐지부지 끝내자니, 글쟁이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내린 나만의 정답을 적겠다.


  "감성에 정답은 없다." 이 글을 통해서 수 많은 감성 중에 하나를 얻어가고,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 또 얻어가라. 나도 그렇게 여러가지 감성을 만나고 얻으면서 나만의 정의를 내려갈테니.




<이 글의 모든 이미지는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공유 시 출처를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더 많은 사진은 https://www.instagram.com/photographer_seok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다른 브런치가 읽고 싶다면?


매거진 < 저 찍사 아닌데요 글쟁이인데요> https://brunch.co.kr/magazine/adcomment2016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로 찍는 여행사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