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남편 김광석 Jul 08. 2020

일을 계속 미루는 이유는 단하나다

서툰남편의자서던 D+579


할 일이 많은데 몸이 쳐지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유는 하나다. 그 일을 처리해야 하는 내가 '사람'이기 때문. 사람은 본능적으로 몸을 가만히 두고 편하게 있고 싶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럴 때 할 일을 미뤄두는 자신을 게으르다 탓하고 자책한다. 문제는 자책하고 반성하는데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정작 일은 하지 않는다는 거다. 반대로 하면 참 좋을텐데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잘못을 저지르면 가장 먼저 반성부터 하라고 배웠으니 참 안타깝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도 뭔가 잘못하면 무조건자동반성모드로 돌입한다. 근데 살다보니 반성은 마지막이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책임부터 충분히 지고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말뿐인 반성만 늘어놓는 무책임자가 된다.


장교복무 기간을 포함하여 8년차 사회생활 동안 보아온 '짧은 시간에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를 잘 처리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 반대였다.


그들은 자신이 게으름을 애초에 인정한다. 그래서 일을 더 간단하고 빨리 끝내는데 에너지를 쓴다. 그 결과 단순 반복 업무는 시스템으로 해결. 시간적, 기술적 이유로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은 적임자에게 이임으로 해결. 복잡한 업무는 짧고 깊은 몰입으로 해결. 남은 시간은 충분한 게으름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쓴다.


개인사업자를 낸 이후부터 나는 끊임없이 전자의 습관을 벗어내고 후자의 습관을 생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역시 익숙한 습관대로 살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어제와 오늘도 전자의 사람처럼 살았다. 내일은 미팅이 많아 업무를 처리하기 어렵다. 덕분에 목요일과 금요일은 마감과 심판의 날이다. 야근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 내 멍청함의 대가이니 응당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아직 화요일이지만 벌써부터 다짐한다. 목요일과 금요일 스스로의 멍청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난 다음부턴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