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방을 만들 것인지 디자인하고 우선 테스트 피스를 만든다. IT 업계에는 출시 전 시험용으로 만들어보는 프로토타입이 있다. 아무리 작은 기능이라도 프로토타입 없는 릴리즈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테스트 피스를 단박에 이해했다. 더군다나 나는 재봉틀을 제대로 써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이 테스트 피스 - 프로토타입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미싱 이야기
너 정말로 재봉틀 쓸 줄 몰라?
스웨덴 친구 한 명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스웨덴에서는 어릴 때 학교에서 재봉틀 사용법과 뜨개질을 배우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역시 크래프트의 나라답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릴 때 배웠던 초등학교 실과나 가정 과목 같은 느낌이려나. 아무튼 그래서인지 나만 빼고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재봉틀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었다!
나는 재봉틀과 친해지기가 매우 어려웠다. 실을 어디에 어떻게 끼우는지, 발을 쓰는 건 알겠는데 뭐가 어디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모르는 까막눈인 상태. 쓸 때마다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매번 잊어버려서 동영상도 찍어서 복습을 해야 했다.
겨우 재봉틀을 시작하는 방법과 쓰는 방법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가방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 재봉틀을 익히기 위해 작은 파우치를 네 개 만들고, 테스트 피스를 두 개 만들고 나서야 내가 직조한 천을 잘라 진짜 가방을 만들 용기가 났다.
여기 있는 재봉틀은 모두 최소한 20년 전 재봉틀이어서 요즘 나오는 것 같은 기능은 없다. 오버록 기능이 없어서 그것도 매뉴얼로 해야 했는데 그게 제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불평하고 싶었지만 느긋한 스웨덴에 왔으니 스웨덴 방식을 따라야지.
가방 손잡이 만들기
가방 두 개가 완성되고, 가방 하나의 손잡이는 카드 위빙으로 만들었다. 카드 위빙은 가장 간단히 할 수 있는 직조의 한 종류다. 다른 하나는 가죽 끈을 달았다. 못과 망치로 실이 들어갈 자리를 미리 뚫어놓고 바느질을 하는데, 손이 매우 아픈 작업이었다. 원래 가죽 끈은 긴 가방에 길게 달려고 했는데 잘못해서 모자란 길이로 주문하는 바람에 짧은 손잡이가 되었다.
가방 전시회
일주일 간 텍스타일 학과의 가방 전시회가 열렸다. 장소는 카펠라고든 전시회로 쓰이는 건물. 단층의 하얀 벽돌이 그대로 보이는 기다란 빈 공간인데 이곳의 느낌이 너무 좋다. 가방 모양과 퀄리티가 맘에 들지 않는 것것보다는 처음부터 기획해서 전시까지 마친 뿌듯함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