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동화, 별빛 동화 열네 번째 이야기
검은 도화지에 흰 눈이 처벅처벅 쌓인 듯한 외양간 안에는 아늑하게 노란 불빛이 깜박이고 있었어요.
주인은 오늘 밤, 어미 소가 새끼를 낳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춥지 않게 불을 피워 줘야겠어.”
주인은 지푸라기 위에 불을 지폈어요. 이내 타닥타닥 작은 불꽃은 따뜻한 온기를 퍼트렸어요.
어미 소는 주인에게 고마움을 '음메~' 소리로 전하며 고된 숨을 몰아쉬었어요.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가장 간절한 것은 오직 하나였어요.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야 해"
어미 소는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움켜쥐었어요.
꾸물꾸물 얼굴이 보이더니, 아기 소는 축축한 몸을 간신히 떨며 생명의 신비를 온몸으로 맞이했어요.
어미 소는 지친 몸을 이끌고 송아지를 품에 안듯 핥아주며 속삭였어요.
“우리 아가, 어서 일어나렴. 넌 강한 아이야.”
아기 소는 아직 눈도 뜨지 못했지만, 어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따라 가냘픈 다리를 모아 일어서려 했어요.
몸이 휘청였지만, 쓰러지지 않으려 애를 썼어요.
어미 소는 벅찬 감동에 젖었어요
“오호, 우리 아가 너무 예쁘구나. 사랑해.”
그 순간, 지난 시간들이 스쳐갔어요. 힘들었던 나날도, 추운 밤도, 모든 것이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어요.
그때였어요.
"타~닥 타닥, 타~닥"
어디선가 케케 한 냄새가 나더니 지푸라기가 이글이글 타들어 가기 시작했어요.
‘안 돼! 안 돼! 우리 아기가 위험해!’
어미 소는 "음메, 음메" 크게 울부짖으며 주인을 불렀어요.
하지만 깊은 밤, 주인은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어요.
어미 소는 두려움에 떨었어요. 불길이 점점 더 번지고 있어요.
‘안 돼. 절대로 안 돼. 내 아기는….’
어미 소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여기저기 둘러보았어요.
“더 큰 불로 번지면 안 돼!”
그녀는 곧바로 불길을 향해 몸을 던졌어요. 화르르! 뜨거운 불꽃이 그녀의 몸을 감쌌어요.
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어미 소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어요. 자신이 아니면 이 불길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 순간, 주인이 달려왔어요.
“이런! 불이야!” 급히 양동이에 물을 담아 퍼부었어요.
쉬~익 타오르던 불길이 꺼지기 시작해요. 어미 소의 다리는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물이 닿자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요.
주인은 어미 소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어머나, 너를 따뜻하게 해 주려고 피운 불이 너에게 위험이 되다니….”
어미 소는 온몸으로 통증을 참아내며, 주인에게 조용히 얼굴을 기댔어요.
그리고 놀라서 눈이 동그랗게 커진 새끼 소를 부드럽게 감싸며 코끝을 비볐어요.
“괜찮아, 우리 아가. 이제는 안전해.”
그날 이후, 어미 소는 제대로 걷지 못했어요. 하지만 매일 아침, 아픔을 참고 송아지 옆을 지켰어요.
송아지가 처음으로 꼬물꼬물 걸어 나갈 때도, 연약한 몸으로 풀을 뜯을 때도, 장난치며 뛰어다닐 때도, 어미 소는 묵묵히 바라보았어요. 그 눈길 속에는 사랑과 희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어요.
주인은 그런 어미 소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어요.
“넌 정말 강한 엄마구나.”
어미 소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사랑스러운 송아지를 바라보았어요.
" 아픔도, 상처도 중요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랑하는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