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딸에게

by 선향

오래 터벅터벅 걸어오다 털썩 제 자리에 주저앉은 딸아.

많이 힘들었구나.


열심히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지난 몇 주간 매일 오후 한, 두 시가 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너를 보며 불안감이 커가고 있었어.


나의 세가지 고민은 일, 글, 그리고 너라고 얘기했지.

적어도 아침에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는 너를 보고 싶다고 했어.

몸을 일으킬 에너지가 없다는 너에게 엄마는 강제성을 가지고 해야 하는 무언가나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아 보라고 했지.


"엄마, 내일 시간 있어? 오후 1시에 커피샵에 가서 얘기 할까?"


이렇게 엄마랑 얘기를 할 의사를 비치는 네가 무척 반가웠어.

어떤 심정을 얘기할까 살짝 우려도 되었지.

너는 정말 뭔가를 해볼 힘이 안난다고 했어.

그저 주저 앉아 있고만 싶다고.


AI의 등장으로 개발자들의 진로 전망이 많이 어두어진 지금 이 시대에,

하필 전쟁과 관세와 극단의 정치가 득세하며 세계가 어질어질한 이때에,

네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전공하여 졸업을 했구나.


지난 6년간 너는 기나긴 길을 걸어왔지.

처음 들어간 대학을 중퇴하고 네가 이 전공을 선택하여 독학사를 취득하고 편입을 했던 3년 전만 해도 취업률이 얼추 백프로라고 하던 분야였는데 참 우리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엄마에게는 낯설기만 한 분야라 취업 사이트를 봐도 도대체 어떤 곳에 원서를 내어야하는 지도 잘 모르겠더라. 웹 개발을 했지만 게임기획과 개발을 하고 싶다는 너에게 장기적으로 보고 흥미가 가는 분야로 한 발자욱씩 떼어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지. 그저 어디든 한 발을 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 다음 단계의 길은 길을 걷다보면 나올 것이라고 엄마의 경험을 틀로 삼아 얘기할 수 밖에 없었지.


올 2월에 졸업하고 이제 6월이니 학생이라는 옷을 벗고 네게 적(籍)이 없어진 것도 얼추 4개월이 지났구나.

찾아보니 24년 기준 청년 (15세-29세) 취업률이 45%라고 하네. 청년 체감실업률은 약 21%, 거기에다 취업해도 단기 계약직 37.2%, 플랫폼 노동 20만명, 파견 용역직 15만명이라고 하는 통계도 있더구나.


며칠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 영상에서 슬쩍 본 6월 개봉 영화 '엘리오'의 카피가 마음에 선뜻 다가왔어.

"나도 어딘에 속하고 싶어."라고 얘기하는 세상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외계인의 납치를 꿈꾸는 외톨이 소년 엘리오. 우리 모두에게는 이 세상에 반드시 자신만의 자리가 있다.


그렇게 너와 나는 온전한 소속감과 그 소속감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느낄 '나의 자리'를 원하고 있어.

주저 앉은 네가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엄마도 손을 맞잡아 줄게.

우리 힘을 내어 함께 자신의 길를 찾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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