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꽃 피는 자리

by 선향

청소년 상담사, 임상심리사, 연극 영화감독, 유치원 교사, 음악 지휘자, 응급 구조사, 사회복지 서비스 관리자.


이들 직업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AI로 대체가 힘든 직업이라는 거야. 인간의 공감능력이 필요하고 창의성, 상상력, 교감이 필요한 일들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는 거야.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사실 엄마에게는 다양한 능력과 의지가 필요해. 공감력, 상상력, 기본 상식, 글을 쓰려는 의지, 공감을 얻고자 하는 희망, 등등. 그런데 이 글 정도의 글을 AI가 쓸 수 있을까? 물론이지, AI는 좀 더 폭넓은 시각으로 분석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다가오는 글을 쓸 수가 있어. 5조 개에 이르는 인간의 자료들을 학습해서 좋은 글에 필요한 요소들을 알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기저에 깔린 인간들의 심리와 사회현상에 접근해 있기 때문이겠지.


나보다 훨씬 더 좋은 글을 적을 수 있는 AI가 있음에도 나는 굳이 왜 이 글을 적고 있을까? 그것은 내 안의 무언가가 이 글을 통해 너와 나 안의 문제가 해결되고 방향성이 제시되기를 기다리고 있고, 이 글들을 쓰는 여정 자체가 내게 주는 울림과 의미와 욕구 만족이 있기 때문이야. 인간으로 살고 있는 내 개인의 열린 욕망을 표현하고 실현하는 방법으로서 나는 이 글을 적고 있어.


인간 개개인이 가지는 삶에 대한 욕망과 그 실현의 길 앞에서 AI는 패턴을 읽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조언을 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 욕구와 감정이 있는 지금을 사는 현실의 인간처럼 그 순간들을 누릴 수는 없어. 아이언맨이 가지고 있는 만능 개인비서 컴퓨터 자비스처럼 AI는 고정된 존재야. 우리 인간은 열린 욕망과 꿈을 꾸는 의도로 흐르는 존재이고 이 인간적인 교류가 필요한 자리에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겠지. 패턴이 있는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자리에는 AI가 대체 가능할 것이고.


오랜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나보다 더 뛰어나고 능력 있는 직원들이 언제나 내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매일매일 실감하고 있어. 나보다 통찰력과 판단력이 더 뛰어난 상사가 왔고 나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과 순발력이 뛰어난 팀원들도 들어오고 있어. AI가 신입직원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 시기에 40대, 50대 어중간한 능력의 중견 직장인들은 언제나 더 능력이 뛰어나거나 인맥 좋은 이들로 대체될 가능성 앞에 있지.


이제 AI와 다른 취준생들과 경쟁을 하며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너와 오랜 직장 생활 속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의심하며 다음 행로를 찾고 있는 나. 이 현실 세계 속에 꽃 필 수 있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욕구와 의도는 무엇일까 잔잔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 지금 네게 필요한 것,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뭘까? 그리고 지금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뭘까? 이 세상에는 그 길을 찾는 우리를 위한 자리가 분명히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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