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타눔까지 가는데 타눔에서 그레베스타드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8시면 끊겼다. 결국 ‘리셰실’이라는 곳에 사는 빌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빌마는 4살 된 아들과 함께 둘이서 살고 있었다. 사정을 설명하니 빌마는 쾌히 승낙하고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빌마의 집은 아담하고 살기 좋게 잘 꾸며져 있었다. 아들인 에드와르도는 까만 머리에 눈이 커다란 귀여운 아이였다. 빌마는 에드와르도가 잘 놀다가도 곧잘 거칠어진다고 걱정했다.
빌마는 스웨덴에 온 지 7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녀의 언니가 이미 스웨덴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스웨덴으로 이민 올 수 있었다. 빌마는 엄마가 빵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렸을 적 빵 굽는 아줌마들이 떠들썩하게 어울려 웃으며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며 자라났다고 했다.
에드와르도가 아빠도 없이 엄마와 둘이서 쓸쓸하게 자라는 것이 안쓰럽고 미안하기만 하다고 했다. 스웨덴에 온 지 3년쯤 되자 빌마는 외로움을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우연히 만난 엘살바도르 청년과 하루밤을 잔 후 아기를 가졌다. 그 사람은 지금 프랑스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다고 했다.
빌마는 에드와르도에게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고 나중에 상처를 받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 준다고 했다. 그러나 에드와르도가 점점 자라며 아빠를 찾고 다른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며 내성적인 아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녀는 여름 한철에 병원이나 양로원 청소부로 일하고 스웨덴 정부로부터 생계보조금을 받아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에르와르도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학교에 나올 수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 몹시 힘들다고 했다. 나는 일요일 밤을 빌마네 집에서 자고 월요일 아침에 그녀와 함께 학교로 왔다.
신문 사설에서 아이를 데리고 홀로 살아가는 미혼모들의 자살률이 높고 정부보조는 점점 줄어든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빌마가 걱정되었다. 울먹이는 에드와르도를 앞에 두고 처연히 앉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걱정하는 빌마의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나무를 깎으며
작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말로 못한 가슴
여린 나뭇가지 위에다
새기고 있다
내 나무는
둥근 머리로 칼끝에서 돋아나다
붉게 익은 사과의 윤기가 스치더니
어느새인가
펄떡이는 심장으로 자리 잡는다
속에서 밀어내는 힘이
형상으로 빚어지는 조화 속에서
하느님은 진정
사람을 사랑하실 것이라고 믿으며
고개 숙인 채 앉아
나무를 깎는 사람들의
힘찬 심장
빚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