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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사내정치 그 이면에 숨어있는 속고 속이기

사내정치는 나와 관련 없는 일이 90% 

직장을 통해 사회 입직을 하고 나면 처음에 적응하는 시간을 보내느라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사람들과 알아가며 인적 네트워크의 크기를 확대하는데 정신이 없다. 나는 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나의 이름을 부르며 새로 왔냐고 안부를 물으면 정말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윗분들, 바로 위의 사수가 불러서 어떤 일을 주면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 또는 나를 테스트하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일의 우선순위도 잊은 채 일을 하기 바쁠 것이다. 그리고 점점 버닝 아웃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깊은 회의감에 빠지게 되고 월급만큼 일하는 법을 찾게 된다. 이 정도 단계까지 온 상황이라면 '사내정치'란 단어를 한 번쯤 검색하고 봐야 할 레벨이 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내정치, 많은 직장인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지만 필요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내정치는 나와 관련 없는 일이 90%다. 



사내정치 이해를 돕는 작가의 실제 스토리 (사례 1)


2005년 여름, 장과장은 사회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된 나와 자주 같이 점심을 먹으며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직장생활에 적응을 도와주는 것처럼 조언을 나름 많이 주는 편이었다. 김과장은 항상 웃으며 인사를 나누지만 특별히 나에게 일을 시키지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장과장과 점심을 같이 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최근 새로운 사업이 준비되는 게 있다며 국내에 자료가 없어 영어로 된 외국 사이트를 보고 있는데 사업 진행에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외국 사이트 2개와 100페이지 정도 영어로 된 PDF 파일을 주면서 전부 해석해서 자기한테 달라는 것이었다. 김과장도 준비 중인 게 있는데 원래 독고다이니까 이 일을 도와달라고 하였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본 작가와 함께 할 일이 많아질 테니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도 했다. 작가는 당연히 윗사람이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일이라며 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아주 순진하게 '알겠습니다'라고 하고는 주말을 포함한 5일간 원래 하던 일을 미뤄두고 해석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5일간 다 해석을 해서 완벽변역본을 화요일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 후, 본부장님이 최근 뭐 열심히 하던데 뭐하냐?라고 묻길래, 새로운 사업을 설명 듣고 번역하느라 정신없었다고 이야기하자 '그걸 왜 해? 장과장이 시키디?, 하하 아 이놈...이미 김과장이 기안 서류 낸 방향으로 가기로 했는데 왜 그러나'. ' 이때까지 본 작가는 상황을 몰랐다. 나중에 보니 신규사업도 아니고, 장과장이 여러 일을 하는 것 중에 본인이 본부장님에게 보고할 일인데 영어 해석이 귀찮으니까 본 작가를 속이고 번역본을 만들게 하고, 본인이 업무 진행하는데 참고하는 수준만 쓸려고 그 일을 시켰던 것이다. 내가 출력한 150페이지에 달하는 출력본은 장과장이 네이버 뉴스 기사 읽듯 훑어보고는 재활용 더미로 던져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일은 회사에서 나에게 주어진 직무나 업무 추진에 필요한 일이 아닌 장과장이 자신의 일을 하면서 영어로 된 사이트를 읽기 귀찮아서 번역해오라고 시킨 개인적인 일이었다. 본부장님이 나에게 이런 일을 하는지 물어본 이유는 내가 금요일에 올린 주간업무보고에 번역 일을 하고 있다고 쓴 것을 읽고 부서 업무도 자신이 시킨 일도 아닌 것을 얘가 왜 하지 라는 생각에 물어본 것이었다. 장과장이 업무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정보가 없는 부하직원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치 큰 일이고 너도 업무에 껴주겠다며 쓸데없이 시킨 일었다.

based on a true story


위의 스토리를 잘 읽어보면 몇 가지 사내정치가 보일 것이다.

- 본 작가는 윗사람에게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 본부장은 신입사원까지 자신이 핸들링하지 않는다.

- 본 작가가 했던 일은 팀이나 회사를 위한 업무가 아닌 장과장의 일이었다.

- 장과장이 밀고 있는 지역이 선정되면 그 공로는 전부 장과장에게 돌아간다. 

- 정과장이 평소에 친근해 보이지만 김과장이 위계와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 장과장은 정보격차를 활용하여 백채널(Back-channel)을 통해 아랫사람을 이용하였다.

- 본 작가가 했던 일은 팀이나 조직, 회사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았다.

- 장과장은 공식 채널이 아닌 백채널을 이용해서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 했다.

- 주간업무보고는 정말 쓸데없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사내 정치의 특징은 나의 의사와 관련 없이 참여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업무를 추진하거나 일을 해나갈 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일단 참여는 자동으로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성과나 결과를 따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사내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회사 대표나 사내 백두혈통이 아니라면 없을 것이다. 위의 본작가 사례를 읽어보면 장과장이란 사람이 백채널을 이용하는 사례가 나오는데, 이는 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지시할 수 없거나 문제가 생길 것을 미리 예측하고 정치를 통해서 가치관, 믿음, 규범 그리고 일하는 방식이라는 방법으로 포장하여 업무를 시키고 결과는 공유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과장이 본부장에게 잘 보이고 승진을 위해 즉, 자신의 영달을 위해 본 작가를 이용하는 것은 분명 나쁜 정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것을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화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여러 명이서 모여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개인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조직구조 속에서 정치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바로 사내정치의 기본 구성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지금 글을 읽으면서 나에게 있었던 유사한 사례나 사내 정치 때문에 짜증이 났던 자신의 사례를 떠올려보자. 아마 회사의 발전이나 조직과는 관련 없이 그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나를 이용한 것을 알게 되었던 사례와 거의 일치할 것이다. 사내정치는 나와 관련 없는 일이 90%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와 조직의 발전을 위한 목적의 사내정치는 좋은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그러면 회사의 노예가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회사 조직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은 함께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사례 2)


주말은 당연히 집에서 보내는 것이다. 주 5일제가 정착된지도 10년이 넘었고 워라밸 중요 시대에 당연히 주말을 쉬어야 다음 주 업무능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우리 팀장이 이번 토요일은 가급적 나오라며 일주일 내내 압박 아닌 압박을 주었다. 매일 계속 부탁하니 팀장님인데 싶어서 이번 주 토요일만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나오겠다고 했다. 드디어 토요일, 나는 회사로 향했다. 정장도 아닌 캐주얼도 아닌 어정쩡한 차림으로 여유 있는 출근을 했다. 평소에도 이 정도 사람만 지하철에 있었으면 했다. 스벅에서 커피 하나 사서 사무실로 올라갔더니 왠 걸... 우리 팀 팀장님과 대리급 이상만 다 나와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추대리에게 왜 나왔냐고 물었더니 팀장님이 하도 부탁해서 나왔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한 명씩 맨투맨으로 붙어서 이번 주 토요일만 좀 나오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들 이야기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좀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대표님과 전무님, 상무님 등 C레벨 임원들이 사무실로 들어오시는 게 아닌가, 앵?? 팀장님이 뛰어 나가서 대표님께 폴더 인사를 하고 굽신굽신하신다. 그러면서 전무님이 '역시 정팀장내 팀이 토요일까지 일하고 대단들 하네'라고 칭찬하시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셨다. 팀장님이 웃으시면서 다들 고생했다며 임원분들이 다른 곳으로 가시자 바로 집에 가셨다. 아 화난다

based on a true story



위의 다른 사례도 본작가가 겪은 실제 사례다. 위에서도 읽어보면 정팀장이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한 것이다. '정팀장내 팀은 주말에도 일하는구먼!' 이거 한 마디 들으려고 대리2명, 과장2명이 주말을 희생당하고 헛웃음을 나오게 만들었다. 정팀장은 어떻게 일하는 가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 아닌 무엇을 위해 일하는 가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팀원들이 어떻게 일하는 가를 중요하게 보는 게 아니고 승진, 평가, 평판, 영향력을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사내 정치를 활용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정팀장이 생각하는 결과는 나와 아무 관련 없으며 내가 정치에 이용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내 커리어 관리를 위해서 일정 수준 사람을 보면서 정치적 기술들이 보이더라도 응해주는 것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는 주고받는 기본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공헌을 회사에 적절하게 어필할 수 있으며 여러 의사결정에도 일정 부분 자신의 포션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내 정치에서는 내가 주는 것은 있는데, 회사나 상사로부터 받는 것이 없기에 화가 나는 것이다. 사내정치는 주변을 먼저 파악하고 이 행동의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먼저 살펴보는데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역학관계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직 사내 조직 관계망 속에서 대인관계 영향력을 파악하는 능력이 조금 부족한 것이므로 좀 더 주변에 사람들의 관계에 관심을 가져보도록 하자. 그다음 관계 쌓기가 나에게 결과로써 영향력을 주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계산해 봐야 한다. 나에게 결과로써 이득이 되거나 주고받을 게 없다면 'NO'를 해도 돌아올 피해도 없다. 왜냐하면 서로 관계를 구축하는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고 상사에 대한 평가나 피드백도 직원들을 평가할 때 반영되기 때문에 아랫사람이라고 해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내 정치는 퇴사와 스트레스의 근원이라고 한다. 이것에 울고 웃으며 화가 나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사내정치는 실제로 백그라운드에서 내가 원하지 않아도 계속 돌아가면서 나를 참여시키기 때문에 나의 이익을 늘리는 방향을 항상 하면서 호구잡히지 않는 포지셔닝을 하도록 노력하자. 


경력변화전문가 신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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