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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공채만 바라보는 예비탈락자

경력을 시작하는 첫 단추를 잘 끼려다 단추 구멍이 사라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취업과 관련한 문제는 항상 사회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큰 문제인 것처럼 화자가 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과연 취업난은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을까? 취업이 과거에 쉬웠으며 요즘 어려워진 것이란 논리와 주장이 많은데 실제는 우리 삶에서 취업난은 항상 있었온 큰 문제다. 취업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대학을 계속 진학하여 고급두뇌가 되어야 한다며 입시의 지옥으로 몰아넣고는 이제 와서 공장에 가서, 지방에 가서 왜 일을 못하냐고 등 떠민다. 구직활동의 방법조차 제대로 모르는 시점에서 무작정 공채만 준비하는 것은 곧 내년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겠다는 의사표현이랑 다를 것이 없다. 조금 더 열린 사고와 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슬라이드에 사용된 이미지는 네이버 뉴스에서 가져와서 사용한 것으로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제강점기인 90년 전에도 취업난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있었다. 
1980년, 본 작가가 태어난 해에도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이 고시촌으로 몰렸었다. 당시는 노량진이 학원가는 아니었고 고대 신설동 부근이 고시의 메카였다고 한다. 

취업은 우리 삶에서 항상 있었던 문제이며 실업을 극복하고 직업인이 되는 과정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공부를 하라고는 가르쳐 주었어도 어떻게 스스로가 직업적 흥미를 발견하고 열정을 통해 직업인으로 성장하는가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도 않았을뿐더러 잘 못하면 스스로의 책임으로 전가해버리는 게 사회의 낯 뜨거운 모습이다. 


세상이 예전보다 복잡해진 것은 물론이고 트렌드의 변화가 새로운 것에 적응도 하기 전에 다시 뒤바뀌고 합쳐지는 과정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듯이 직업의 변화와 산업의 좋고 나쁨에 대한 부침이 아주 심하다. 그래서 직업을 구하기 위한 기술을 교육받으려는 수요가 많아졌는데 단순한 스킬(Skills)만 배운다면 당장의 취업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스스로의 경력개발 진로를 놓고 본다면 조기퇴사 후 인생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취업강의를 하면서 다른 프로그램들을 보면 지나치게 강사 스스로가 자신 말만 들으면 다 취업이 된다며 특정한 스킬을 소개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나이 40도 안된 강사가 회사를 다닐 때 면접관이었다며 면접스킬을 가르친다. 무엇이 잘 못돼도 크게 잘 못되었다. 직장을 가지는 스킬이 아닌 직업을 가지고 직무 전문성을 개발해 나갈 수 있는 마인드와 스킬을 가르쳐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이 부분에 대해서 학교에서 이러한 교육을 담당하는 의사결정자들의 사고나 의식이 상당 부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서 자신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분석 그리고 현실적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직업적 안정성, 주변의 시선, 연봉을 고려해서 무조건 대기업에 올인하는 취업 구직활동만이 남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중견 중소기업에 지원하라는 무책임 말이 아니다. 이 역시도 제대로 된 보상과 경력개발에 대한 회사의 관심 그리고 기업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누구도 회사가 작다고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의 구직활동의 범위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을 향한 문만 두드리고 다른 문은 열고 싶지도 않고 열 생각도 없어진 것이다.

대기업의 문만 열고 싶지, 중견 중소기업의 문을 잡는 것 조차 거부한다. 그런데... 이해 할 수 있다. 

대기업의 공채를 한 번 들여다보자. 대기업의 채용 일정은 '인턴 후 정규직 전환' 채용방식이 자리 잡게 되면서 3월과 9월에 쏠리는 현상은 과거보다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공식처럼 3월과 9월에 대졸 공채를 시작하고, 중간고사 기간에 인턴 채용을 시작하거나 11월 초까지는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볼 수 있다. 


대졸 대기업 공채 일정: 3월, 9월 (3월과 9월이 80%, 앞 뒤로 10% 정도의 기업이 진행)

대졸 대기업 인턴 채용 일정: 중간고사 시점에서 시작하거나 면접 진행

초대졸 대기업 공채: 여름방학

대졸 수시채용: 인력수급에 따라 상시 채용 

채용인원: 보통 몇 천명씩 채용한다고 공고에 나오지만 실제 대졸 신입으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무는 15% 내외이며 전체 채용인원에는 생산직과 비정규직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숫자 그래도 믿으면 안 됨


위에서 보면  대졸 대기업 공채 전형은 모두가 시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면서 채용공고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린다. 공채달력, SNS 등을 통해서 채용소식이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에 그만큼 지원자들의 경쟁률도 상당히 높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운도 어느 정도 따라준다면 합격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지원자들 중 몇십 명 만이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며 대부분은 채용과정에서 탈락하게 된다. 실제로 몇 명이 합격하는지 잘 모른다면 아래의 사진으로 설명하고 싶다.

위의 사진은 매출액이 2조 5,481억 원 정도 되고 사원수가 2천 명이 넘는 회사의 사보에 실린 신입사원 연수 사진을 가져온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숫자로 사람 수를 표시해 두었다. 21명의 멋진 사람들이 입사의 영광을 함께한 것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회사의 2014~2016년 평균 경쟁률은 130:1 정도로 분석되어 최소 4천 명 이상은 지원한다고 계산해 볼 수가 있다. 고등학교 기준으로 최소 5개 학급 애들을 줄 세워 놓고 그중에서 1등 하면 뽑힌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이 회사보다 더 크고 전공에 제한이 없는 회사라면 그 경쟁률은 몇 백대 1은 우습게 넘는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공채의 경쟁률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채를 쓰지 말라는 것인가? 아니다. 무조건 써야 한다. 왜냐하면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회사에서 실시하는 설명회를 반드시 참석해야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지원하는 게 좋다 (물론 현대백화점과 같이 설명회에서 핀넘버를 받아야지만 지원 가능한 곳도 많다). 그리고 대기업 공채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진지함을 가지고 노력을 하면 자기소개서에 대한 준비와 면접에 대한 준비 그리고 구직활동 기간 동안 계속되는 고민 속에서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중에서 결과가 좋다면 당연히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가 있다. 복권과 똑같아서 사지 않으면 당첨되지 않듯,  지원하지 않으면 합격이라는 기회도 오지 않는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일반적으로 공채시즌 지원서를 쓰는 기간에 이것에만 올인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부분 낮에 학원, 스터디, 약속 등으로 구직활동에 집중하지 않는다. 하루의 에너지를 다 쓰고 와서 지친 상태로 컴퓨터 앞에 앉아 지원서를 쓰기 시작하는 것이 문제이다. 당연히 1~2시간 집중하면 피곤해지고 제출일자의 압박으로 제대로 구조에 맞게 적합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자신도 무슨 글을 쓴지도 모른 채 일단 쓰고 제출하고 잠에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서 발견한 오타에 하루가 우울해질 뿐이다. 퇴고? 그런 거는 해본 적도 없고 이미 낸 거 꺼내어 보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글을 쓸 때 개선되지 못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5월 또는 10월 어느 날 카톡의 프로필 사진을 지우고 토익학원에 가게 되는 일을 반복한다. 이 기간을 스스로 슬럼프라 말하지만, 실제로 이 시기에 기업들은 계속 채용을 실시한다. 대기업 공채가 끝났어도 다른 대기업들이 채용을 이어가며, 그룹사 채용에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독자적 채용도 실시하게 되며 취업 비수기 시즌인 여름-겨울 방학기간에도 결원에 대한 채용을 실시하는 대기업들이 많다. 그래서 대기업의 신입 채용은 사실상 연중 상시채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8월 23일에도 상당수 대기업들이 채용공고를 낸 것을 잡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잘 알려진 중견기업들이나 전문기업, 외국계 기업까지 공채 기간을 피해서 채용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연속해서 구직활동이 가능하다. 

2014년 취업컨설팅, 커리어코칭을 하던 업자 시절 회원들과 함께 한 사진

취업과 관련하여 취업컨설팅, 취업강의, 커리어 코칭을 해오면서 만난 고객들(회원) 중 60%는 비공채시즌에 취업에 성공하였고 40% 정도가 공채를 뚫고 합격을 했던 데이터를 놓고 본다면 상시채용에 대비하여 구직활동 기간을 설정하고 오로지 구직활동에만 전념하여 취업을 하려고 열심히 노력해야 결국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로 생각을 귀결해 볼 수가 있다. 오로지 공채만 준비하고 있다면 예비탈락자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을 바꾸고 취업에 대한 구직활동 전략과 마인드셋을 스스로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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