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스펙으로 바라본 MZ세대 번아웃 호소
지난 23년 1월 6일, 계묘년 첫 면접관 일정을 다녀와서 면접심사에서 지원자들에게 들은 번아웃에 대한 소명과 삼프로 TV에서 다루었던 MZ세대 번아웃 관련 콘텐츠를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보았습니다. 학창 시절 과도한 스펙경쟁에 비해 직장에서의 현실이 번아웃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라는 내용에 공감했습니다. 어떤 취업스펙이 번아웃을 유발하고 계속 쌓이고 늘어만 가는 취업스펙을 줄여주는 어른들은 없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번아웃으로 명명되는 증상 호소는 최근 MZ세대에게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른들도 공황장애나 다른 여러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탈진증후군 또는 소진 증후군이 BurnOut Syndrome이란 용어가 일반화되면서 MZ에게만 유독 발생하는 피로감 정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용인정신병원 홈페이지 (https://www.yonginmh.co.kr/news2/13240)에 들어가 보면 아래와 같이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자가체크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해 두었다.
'현대병'이라고도 하는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의 보기에서 5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번아웃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1. 쉽게 피로를 느낀다.
2. 현재 업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
3. 최근 짜증, 불만이 많아지고 여유가 없다.
4. 만성 피로, 두통, 소화불량 등 여러 신체적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5. 모든 일에 대체로 의욕이 없다.
6.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
7.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8. 일에 대해 심적 부담과 자신의 한계를 느낀다.
9. 두드러지게 웃음이 없어졌다.
10. 성욕이 감소했다.
여기에 몇 개가 해당되는지 체크하는 것이 당장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잘 읽어보면 2~3개만 체크해도 상당한 스트레스 상황에 있을 수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과 일자리를 가지는 과정을 보면 잔인하기 그지없다. 곰비임비 스펙을 쌓지 않으면 취업을 완성하는 파이프라인에서 벗어나게 되며 탈락을 허락하지도, 다시 재진입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구조이다. 여기에 중심은 9대 스펙으로 명명된 취업스펙 리스트이며 그중에서도 단연 학벌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학벌 / 학점 / 토익 / 어학연수 / 자격증 / 대외활동 / 봉사활동 / 수상경험 / 인턴경험
스펙 종류를 언급하는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본 저자는 위의 9개를 정리해 보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벌로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 정도로 희화하는 경우가 많다. 초중고 12년의 결과로 대학의 간판 브랜드가 결정되는 사회구조가 오랜 기간 존속되어 옴에 따라 상당한 레거시가 사회에 존재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에서 학벌이 미치는 영향력을 경험한 어른이라면 자식세대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강요할 가능성이 높으며 자녀들은 왜 학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지도 모른 채 시키니까 따라온 과거 이력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 취업을 위해서는 나머지 스펙들을 4년 내에 경쟁하듯 가꾸어 놓아야 경쟁에 끼어라도 볼 수 있는 취업 구직활동 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학생이 되어 자신이 누구이며 사회에서 어떤 기여를 하며 삶을 개척해 나갈지 고민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가 없는 나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나머지 스펙들도 대학 시절 내 모두 경험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대학진학에 앞서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진로를 확인하고 진학한 경우가 적다 보니 충분한 진로 고민 없이 진학한 상태에서 스펙 쌓는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사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구체적으로 왜 하는 가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 없이 입직을 하는 경우, 회사에서 근무하며 시간을 보내고 생활을 하는 것이 매일 불안의 연속이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감이 번아웃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기성세대, 어른들, 특히 성과 측정하기 좋아하는 HR담당자들은 바뀌어야 한다. 선발 기준에서 스펙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하게 평가기준에서 삭제하고 대학생활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최고의 대학 클래식 기타 동아리 출신 OB들이 모여서 오랜만에 안부도 확인하고 즐거운 모임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는 즐거웠지만 없어진 동아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쉬움을 토로하였다고 한다. 클래식 기타 동아리가 대학에서 왜 없어졌겠는가? 그것도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 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아리는 인기가 없고 바빠진 스펙 경쟁에서 시간을 낼 수 있는 생활이 안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경제상식을 하나 더 공부한 사람보다 클래식 기타를 통해 취미를 즐기고 스트레스를 풀며 사회관계망을 유지하는 사람이 업무성과와 근속유지율에 있어 높을 것임에도 인재선발 구조는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의 온보딩과 고용유지율에 돈을 쏟기보다는 제대로 된 대학생을 하고 경력경로 목표가 확실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기업에게 더 유리할 것이다.
MZ세대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사회시스템에 좋지 않은 부분, 바뀌어야 하는 부분을 다양한 목소리로 표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 작가가 면접관으로 질문을 했습니다. "지원자, 대학시절 활동이나 경험사항 등을 보면 상당히 바쁘게 보내고 열심히 했고, 면허취득까지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왜 졸업하고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셨나요?"라는 질문에 지원자는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사실, 제가 전공도 열심히 하고 학생회 하면서 정말 열심히 학교 다니고 준비했었는데 졸업과 동시에 번아웃을 느껴서 1년 간 여행하고 쉬면서 마음을 달래고 왔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잘해보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마쳤습니다. 결론적으로 불합격시켰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채용기준에 부적합하기 때문이고, 다른 면접위원들도 부정적 평가를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졸업과 동시에 1년을 쉬었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며, 절대로 이렇게 놔두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대학시절에 이런 결정을 하지 않게 끔 하는 게 먼저는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번아웃은 이겨야 하는 심리상태라는 점에 적극 동의합니다. 하지만, 왜 취업스펙이 MZ세대에게 번아웃을 유발시키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부담을 늘려가는 학창 시절을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진로결정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학창 시절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력변화전문가
신현종
유튜브 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Z4TVPlOvAY4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