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읽는다고 자기 계발이 되지 않는다
2023년 새해가 지나고, 구정 연휴까지 지나면서 정말로 23년의 계획들을 시작해야겠다고 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을 것이다. 대부분 작심삼일은 하지 않겠다는 믿음으로 시작하고 어떤 이들은 큰 계획을 내딛는 첫걸음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본다. 자기 계발을 위해 자신의 생활을 잘 조절하며 살아간다는 이른바 '갓생'세대인 MZ세대 직장인들은 무엇을 가장 먼저 하려고 할까? 가장 쉽게 책을 읽겠다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이행하고 수행을 결과로 가져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면 책 읽기를 자기 계발로 생각하는 이유와 활용의 방법을 제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년간, 아니 더 예전부터 직장인들에게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은 상당했다고 본다. 본 저자도 대학시절 최다 도서대출(圖書貸出)로 상을 받은 적이 있고 나름 다독에 속하는 편이었다고 자부하며 지금은 밀리의 서재 구독을 통해 전자책으로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 계발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절반의 YES, 절반의 NO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책 읽기는 내가 잘 안 하는 편이 아니고 원래 우리 모두가 잘하던 습관도 아니고 잘 해오지도 않았던 행동이다. 과거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스포츠 신문을 읽던 것이 6인치 화면으로 대체되었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입시를 위한 도서와 전공 학습을 위한 읽기를 끝낸 다음 여행책자나 취미와 관련된 책자 그리고 부동산 등의 재테크 관련 도서 정도를 읽는 방향으로 바뀌어 오며 최근에는 유튜브 등의 매체로 보거나 듣는 콘텐츠로 독서로 얻을 수 있는 간접경험을 취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어 왔다.
그럼에도 자기 계발을 위해선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는 NO라는 의견을 말하고 싶다. 책은 작가라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은 것으로 백지를 들었을 때의 공포를 이겨내고 독자에게 생각을 전달한 창작물이다. 자기 계발 서적의 허점이 여기에서 드러나게 된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 서적은 작가의 경험을 글로 옮기며 무엇인가를 가르치거나 정보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책이 쓰인다.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은 4가지 분류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편의상 알파벳으로 구분해 보겠다.
A형 - 내가 걸어온 길을 당신이 따라 하면 너는 성공할 수 있다는 式의 책
B형 - 내가 당신 나이에는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니 이렇게 했어야 했다는 式의 책
C형 - 시간을 쪼개고 잠자는 시간을 줄이며 스스로 채찍질을 통해 성장하라는 式의 책
D형 - 부지런하고 습관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성공에 닿을 수 있다는 式의 책
우선 A형의 자기 계발 서적은 시작점이 잘 못된 책들이다. 2년 전 재테크 관련 책으로 큰 성공을 거든 대기업출신 퇴직임원이 쓴 책이 있었다. 유튜브를 넘어 공중파에까지 소개되며 이른바 "문화자본"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분은 상당한 상위권 대학을 나온 시대의 엘리트로 성장하여 기업에서 임원이라는 별까지 달고 나온 이력이 있다. 당연히 상당한 노력으로 얻을 결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시작점이 다른 직장인이 롤모델로 삼고 따라 하기엔 이미 늦어버렸다는 점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 출신은 1년에 3만 5천 명 남짓이다. 여기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기 계발로 참고될 내용이 없다.
B유형은 자서전식으로 쓰인 자기 계발 서적이다. 인생에는 여러 법칙이 있으며 각 나이대 별로 사회화에 따른 여러 단계를 만나게 된다. 학교 입학에서부터 사회입직, 승진, 이직, 전직, 결혼, 부동산, 증권투자, 퇴사 등 종류가 다양한다. 본 작가는 강의 때 이야기하는 6의 법칙을 항상 이야기한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6년 단위로 삶의 이벤트가 펼쳐진다는 이론인데 근거는 없으나 공감을 얻어낼 수는 있어 항상 사용하는 소재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생 선배의 조언까지는 좋은데 자서전식 자기 계발 서적을 쓴 작가가 살던 30대의 사회와 지금 글을 읽고 자기 계발로 참고해야 할 30대의 시대상황이 다르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90년대생 사이에서도 초반생과 후반생이 공유하는 문화와 언어습관이 다를 정도로 변화가 상당한 한국사회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C유형은 절대로 자기 계발에 사용하면 안 되는 종류의 것이라고 단언한다. 시간을 쪼개어 살면 여유가 없어지고 장기간의 계획을 세울 수 없게 된다. 잠을 줄이며 시간을 활용하면 병들고 죽을 수 있다. 대학시절, 일본인이 쓴 시간관리 자기 계발 서적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당신은 하루를 7시간 단위로 3 등분하여 살 것인가 아니면 6시간으로 4등분 하여 살 것인가, 잠은 6시간 이내로 자고 나머지 18시간을 활용하라". 이 문구가 당시 본 작가에게 주었던 충격은 대단했다. 이때부터 램 수면이란 용어를 접하고 수면과 관련한 부분을 제어하며 스스로를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고자 했다. 이런 노력은 나이가 들어 병원에 입원하여 12일간 신세를 지고 나서야 잠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본 작가가 20대 직장을 다니며 사이쇼 히로시가 쓴 "아침형 인간"이란 책이 히트를 치며 이러한 생활과 정신자세가 유행이 되었고, 최근엔 할 앨로드가 쓴 "미라클 모닝"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침형 인간으로 습관을 정착한다는 것은 자랑과 자신의 만족감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크게 발전의 발판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돈을 많이 벌었던 재벌들이 아침형 인간이지 않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본 작가가 모셔본 대표님들이 아침에 일찍 일을 시작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일과시간에는 이 놈 저 놈 결재받으러 수시로 방에 들어와서 혼자 일할 시간이 없는데 새벽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피곤함을 항상 피력하셨고, 한 C레벨 임원분은 퇴근하면 9시~10시 사이 집에 가서 바로 누워서 자고 난 뒤, 새벽에 깨는 데로 출근을 하신다며 돈을 많이 받고 직원들 밥줄도 쥐고 있는데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말씀을 곧 잘해주셨다. 결국 C유형은 어쩔 수 없는 몇몇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병들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침형에 대한 믿음과 소신이 확실하다면 본인의 결정이므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D유형, 부지런하고 작은 습관을 몸에 배이게 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얼핏 들으면 상당히 그럴듯하다. 이 유형은 마시멜로 이야기 식의 참으며 꾸준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는 주술적인 믿음을 주는 자기 계발 서적으로 볼 수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을 One Fine Day에 가져오려면 학력이 높은 엄마 아래에서 성장하며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는 아빠를 만나야 한다는 오류가 숨어 있다. 기다리다 보면 이미 밥그릇이 비어있게 될 환경이라면 적용될 수 없는 구조이다. 작은 노력이 언제인가 큰 성공을 가져다준다면 이미 상당한 부자들이 주변에 있어야 정상이다. 그래서 주술적 믿음을 앞세운 자기 계발은 성공할 수 없다. 생애주기에 맞는 자신의 인생비전을 세우고 계속 업데이트하며 작은 성공을 쌓아가며 목표한 단계까지 자신을 세우려는 계획과 수행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기다리면 남들은 KTX 타고 부산에 갈 때, 난 무궁화호 열차표만 남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자기 계발 서적이 완전히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본 작가도 프리랜서의 고독과 위기를 여러 번 넘기며 故구본형 선생님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와 같은 자기 계발 서적은 삶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중장년을 위해 쓰인 책이었지만 30대의 프리랜서도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내용으로 비슷한 처지와 환경에 놓였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30대, 회사원이었다면 50페이지 넘기기 전에 책을 닫았을 것이다. 본 작가는 자기 계발 서적에 All-IN 하던 독서를 버리고 철학서적, 심리학 서적, 범죄심리 서적, 역사서적 등 여러 장르의 책을 읽으며 가볍게 독서를 하고 필요한 부분은 저장해 두었다고 활용하곤 한다. 직장인으로서 책을 통한 자기 계발은 무작정 읽거나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계획, 환경, 목표 등 여러 방면에서 길이 비슷한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찾는 것이 좋다. 유명한 작가가 썼다고, 제목이 그럴싸하다고 무턱대고 읽지는 말았으면 한다.
경력변화전문가
신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