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핑거스의 2023~2024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사실 올해 초에 2023년 회고 글을 작성했었다. 심지어 발행까지도 했었다.. 그런데 당시 안 좋은 사고가 터지면서 영 탐탁지 않아서 발행한 글을 보관 처리했다. 그러고 돌아보니 최근에 회사 관련해서 쓴 글이 너무 없긴 했다. 잘하고 있든 못 하고 있든 기록을 남기는 것은 중요한데 말이다.
| 팀장급은 물론, 2~5년 차 사원급에서도 텐핑거스다움을 더 내재화하고 핵심 인재들이 성장했다.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회사에서 많이 인정받지 못한다 생각했던 분들도, 막상 N주년 면담이나 승진의 기회를 거치면서 좀 더 회사에 깊숙이 들어오는 경험이 많았다. 단순한 보상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몰입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기쁜 일이다. 그리고 어느 팀이나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팀에 골고루 포진되어 있다는 것은 더욱 고무적이다.
| 돈 버는 일에 더 집중했고, 다시 빠르게 확장을 시작했다.
삼성생명과 같은 금융권 협업, B2G 용역 계약, 광고 대행 사업, 빅브랜드 계약 확대 및 연장, 프랜차이즈 본사 계약까지. 다양한 협업과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를 만들었다. 2023년 초 수익성 위주로 좀 더 방향성을 좁히면서도 스케일업을 놓을 수 없었는데, 몇몇 성과들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팝패스와 같은 신규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고, 앱도 디자인 리뉴얼을 시작으로 3.0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트팝은 1~2년 내에 더 멋지고 컨텐츠가 풍부한 앱이 될 것이다.
| 투자 유치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실패했다.
2022년 말부터 IR을 본격적으로 준비했고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꽤 괜찮은 기회들이 있었으나 투자사와의 이견으로 결국 최종 딜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결국 회사의 더 큰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을 못했다. 그러나 회사에 캐시가 돌고, 자연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금 수혈에 더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자산 시장이 쪼그라들고 투자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적인 비전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변명의 여지없이 내가 실패했다.
- 2023년 회고 글 중 일부
분기마다 진행하는 올핑거즈미팅에서 시즌4의 새로운 목표를 선언하고 이사님들이 발표 세션을 가졌다. 실제로 경영지원팀에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매우 높은 결과가 나왔고, 다시 한번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시간이었다.
2024년 텐핑거스의 목표
우리가 2019년까지는 항상 시즌 별 목표를 세워두고 Top down 방식의 목표 설정과 실행 안을 짰었다. 그러나 3년 간의 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중기적으로 계획하는 일이 참 어려운 환경이었다. 매월 외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시즌4 전체와 각 분야 별 세부 목표, 실행안도 모두 나왔다. 올해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rom Possibility To Conviction !
- 2023년 회고 글 중 일부
2024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상반기에도 우리는 숱한 실패를 했다.
정부지원사업 10개를 지원했는데 2개만 붙었고, 연초 사고 수습하느라 한 달이나 개발 일정이 밀렸고, 채용은 항상 어려워서 원하는 팀 빌딩 규모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 수습기간 내에 채용한 분들의 핏이 맞지 않아 다시 채용을 하기도 했고, 일 잘하던 주니어를 눈물 흘리며 보내기도 했고, 신규 서비스 개발 관련해서 감정적인 논의로 경영진끼리 서로 상처를 주기도 했다.
실패라는 결과에 부끄러움이 있을지라도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당연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면 계속해서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리더급에서 도전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어야 구성원들도 도전에 익숙해진다. 리더가 팔짱 끼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안 할 것이다.
2023년에 시도했던 몇 가지 작은 의사결정이 기회가 되어서 2024년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분명하기에, 올해 우리의 실패의 씨앗에서 또 새로운 기회들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얻은 것도 많았다. 우선 사람과 조직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채용이 항상 어렵지만 언제나 빛과 소금 같은 분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말 오랜만에 회사에 우수한 인재들을 모시게 되었고 미래가 기대된다. 어쩌면 지난 몇 년은 잠깐 정체되어 있고 버티기가 필요했기에, 지금은 더 공격적으로, 하지만 터프하게 헤쳐나가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더 좋은 인재가 모이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나는 6년 차 이상, 30대 중반 이상의 경력직들과 면접을 볼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프로 대 프로로서 일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할 수 있어서 신난다. 직무 역량이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이 사람이 살아온 여정, 가족 관계, 가치관에 대해 깊게 이야기 나누는데, 그 이유는 5년 이상 본인 커리어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라면 선택지가 많고, 주도적으로 가치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해온 것으로 밥벌이는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동기가 무엇이든 우리 회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오는 분들이다. 그래서 호기심과 열정이 있는 그들의 눈빛을 프로로서 존경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밌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오신 시니어 분들과 수준 높게 일할 수 있어서 좋고, 물론 똘똘하고 열정 넘치는 주니어들하고 일하는 것도 여전히 행복하다. 이 친구들의 찬란한 미래에 내가, 우리 회사가 한 스푼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감사한 일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결산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내가 느낀 감정은 '얼떨떨함'이었다.
결산 마감은 총 세 단계인데 매월 실적을 만드는 것, Cash in-out을 관리하는 것, 회계상 숫자가 찍히는 것이 다 다르다. 올해 2월 최고 매출을 찍고 계속 전년 대비 200%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지만, 재무제표에 찍힌 숫자를 눈앞에 볼 때 좀 얼떨떨했다. 어..? 이게 되네?
2024년 상반기에 작년 전체 매출만큼에다 이익도 더 많이 냈고, 7월에는 또 최고 매출을 했다. 우리는 Annually 돌아오는 트래픽 성수기 비수기가 있어서 매월 우상향은 아니겠지만 추세의 기울기가 바뀌었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아가는 결과이다.
여기에 기여한 점은 당연히 우리의 본진인 데이트팝 팝딜 제휴점과 유저가 잘 늘고 있고, 신규 제휴뿐 아니라 기존 고객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수익성을 높이는데 유의미했다. 대행 파트의 성장도 눈에 띈다. 단순히 마케팅 대행사의 대행이 아니라, 팝딜이라는 고유의 수익모델로만 할 수 있는 B2B 사업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케팅 성과도 좋은데 유저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져 마케팅 환경이 어려워졌음에도 올해는 확실히 타개하고 있고, 내부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본부의 헌신도 있다.
대표님 이거 보시면 어떤 기분 드세요?
사실 내가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그저께였다. 어제 마침 회사 분들하고 풋살도 하고 즐겁게 회식을 했는데, 끝물이 되어서 소수만 남으니 진지 모드로 바뀌고 누가 질문을 하셨다.
"우리 7월 매출 N억 했잖아요. 대표님 이거 보시면 어떤 기분 드세요?"
(개발자이시고 우리는 팝딜 매출 통계를 누구든 매일매일 볼 수 있다.)
"에? OO님 그거 매출 데이터 보세요?"
"저 진짜 맨날 봐요ㅋㅋ"
"그렇군요..?ㅋㅋ 으음.. 제 생각은."
뒤에 말을 한마디로 끊기는 어려웠지만, 한 줄로 표현하면 이랬다.
"오랫동안 기대하고 상상했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고, 그래서 감격스러워요."
나는 팀원들한테 성과가 잘 나왔을 때 맘껏 기뻐하고, 축하하고, 스스로 다독여주라고 한다. 왜냐면 또 이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성취 자산을 적립해 두었다가 힘들 때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역시 올해 하반기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나는 기쁜 일에 맘껏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목표에 몰입하고 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우리가 그리던 미래가 어느새 현실로 눈앞에 다가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